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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찬 인터뷰]①"1억 못 버는 세무사 회비 면제"

  • 2016.06.27(월) 13:29

세무사회장 취임 1주년..선거공약 이행 매일 점검
마을세무사로 '재능기부'..세무사 규정 정비 박차

"요즘 젊은 세무사들 너무 힘들어요. 경제가 어렵다보니 거래처 하나 확보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래서 회비라도 면제해주려고요."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세무사회관에서 만난 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솔직히 공직에 있을 때보다 바쁘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집무실에 놓인 대형 텔레비전은 켜본 적이 없고, 산책로가 좋다는 인근 서리풀공원도 아직 못 가봤다고 했다.

 

바쁜만큼 보람은 컸다고 한다. 취임 직후부터 세무사의 핵심 업무인 외부세무조정 제도를 법제화하고, 납세자를 위해 마을세무사와 성년후견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쉴새없이 성과를 내고 있다. 당장 세무사들이 먹고 사는 문제부터 회원들의 분열 해소와 납세자 권익 보호까지 앞으로 해야할 일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세무사회의 갈등 요인인 회장 임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세무사회장을 평생 두 번까지만 하도록 임기를 제한할 방침이다. 젊고 유능한 인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본인 스스로도 회장 장기 집권(?)의 기회를 포기할 생각이다. 사심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백 회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이 23일 서울 서초동 세무사회관 집무실에서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약속 잘 지키는 회장

 

-한국세무사회장에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입니까


▲세무사들이 반듯하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세무사회를 둘러싼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했고, 회원들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세무사 업무의 1/3을 차지하는 외부세무조정 제도를 법제화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해 8월20일 대법원에서 세무사의 외부세무조정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그렇게 되면 세무사들의 수입에 타격이 상당하거든요.

 

판결 직후부터 대책반을 만들어서 밤낮 없이 논의했고 전국에 있는 회원들이 국회 활동에 힘을 보탰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지만 전국 1만2000명 회원들이 단결해서 위기를 기회로 삼는 계기가 됐습니다.

 

-1년 전 회장 선거에 당선되기 전에 회원들에게 제시한 공약도 참 많았는데요. 어느 정도 실천되고 있나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회원들에게 세무사의 업무영역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당한 세무사 징계와 소모성 예산을 줄이겠다는 공약도 했는데요. 이런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대책을 만든 결과,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약 실천 사례는 어떤 게 있습니까

 

▲젊은 세무사들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했는데요. 개업 5년 이하에 연매출이 1억원 이하일 경우 실적회비를 면제해줄 방침입니다. 이 안건은 최근 이사회를 통과했고, 오는 30일 정기총회에서 의결되면 전국 세무사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당장 세무사 743명이 연간 10만원 가량(7350만원) 혜택을 보게 됩니다. 

 

세무사 사무소의 인력도 항상 부족한데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세무 인력을 양성해 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11개 특성화고등학교와 5개 대학교(서울시립대, 세종사이버대, 건국대, 웅지세무대, 아주대)가 세무사회와 산학협력을 맺었습니다.

 

▲ 지난해 6월 세무사회장 선거 당시 백운찬 후보 선거 공약

 

-세금 문제로 고민하는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내용도 있나요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세무상담을 해주는 '마을세무사' 제도가 있습니다. 이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됐는데요. 행정자치부 장관과 양해각서를 맺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마을세무사를 두게 됐습니다. 세금 문제가 생겼는데 비용 문제 때문에 세무사를 찾아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한 제도입니다. 세무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일종의 재능기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문자 보내면 '수고 100'

 

-공직에 있을 때부터 사무실 문을 열어놓거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는 등 소통을 강조해왔는데요. 요즘도 회원들의 얘기는 자주 듣는 편인가요

 

▲우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지난 달 전국 지역세무사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회의 내용도 외부에 모두 공개했습니다. 4월에는 청년세무사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희망 토크콘서트'도 열었는데요. 청년 세무사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고, 세무사회가 어떤 부분을 지원해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장의 세무사들은 무슨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합니까

 

▲아무래도 거래처 확보가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은 그래도 '금수저' 축에 들어 거래처 확보가 되는 편이지만, 순수하게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딴 세무사들은 '맨 땅에 헤딩'하는 상황입니다. 개업보다 폐업하는 사업자가 더 많으니까 세무사들이 업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거죠. 세무사회 차원에서도 지원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일단 현장에 자주 나가서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 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이 23일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세무사회 규정 정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회장이 휴대폰 번호를 명함에 공개하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연락이 많이 와서 힘들진 않나요


▲모든 갈등과 분열의 원인은 대화 부족입니다.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소통하자는 의미로 휴대폰을 공개하는데요. 세무사 회원이나 직원이 메시지를 보내오면 일일이 다 읽어봅니다. 답변은 100% 다 하진 못하지만 '수고 100(백운찬의 '백' 줄임말)' 혹은 '감사 100'과 같이 짧게라도 메시지를 보냅니다.

 

-매일 아침 회의에서는 주로 어떤 논의를 합니까


▲요즘 세무사회 내부 규정을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치기 위해 매일 아침 8시에 팀장들과 함께 모여서 내부 규정을 하나씩 살펴보고 바로잡는 중입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세무사회가 사람에 의한 운영이 아니라 원칙과 기준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세무사회가 조세전문가 단체인 만큼 세법 개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요. 올해도 내부위원회의 검토와 심의를 통해서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국세청에 총 44건의 세법개정 건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정부의 세법개정 과정에서 세무사회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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