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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생길 입국장면세점의 딜레마

  • 2018.09.28(금) 17:49

600달러 구매한도 두고 실시간 구매내역 통보
중소기업 중심 판매·운영으로 소비유인 적을듯

 

정부가 내년 6월까지 인천국제공항에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25년 묵은 입국장 면세점 설치논쟁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내년 하반기부터 해외여행객들은 출국장이나 시내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여행 내내 들고다닐 필요 없이 입국할 때 면세품을 구입하면 된다.

 

'해외에서 사용할' 물건에 대한 면세라는 면세점 설치근거와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 국내 소비자와의 조세형평이 훼손된다는 반대 명분은 25년만에 여행객 편의제공이라는 여론에 밀려 무릎을 꿇었다.

 

정부는 입국장면세점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의명분의 훼손에 대한 언급을 단 한줄도 하지 않았다. 단지 출입국 국민의 불편해소와 일자리 창출, 공항서비스 경쟁력 강화 등 도입 필요성만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구상한 입국장 면세점 설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하되 대의명분의 훼손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흔적이 엿보인다. 여러가지 제한을 걸어둔 것이다. 내년 6월이 지나봐야 분명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면세점은 생겼으나 이용은 어려운 딜레마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 구매한도 600$ = 면세한도 600$

 

가장 큰 제한은 입국장 면세점에서의 구매한도 600달러다.

 

600달러는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할 때 세금 없이 들여올 수 있는 입국면세한도와 동일하다. 물건이 국경을 넘어 오면 관세 등 세금이 붙지만 개인이 쓸 물건 정도는 면세해주겠다는 것이 입국면세한도인데 우리나라는 그 한도를 600달러로 하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에서 600달러까지만 살 수 있다면 해외여행을 떠날 때 출국장면세점이나 시내면세점에 구매한 물건이 없어야만 600달러의 면세혜택을 모두 챙길 수 있다.

 

만약 출국장 면세점에서도 600달러어치를 구입하고 입국장면세점에서도 600달러어치를 구입했다면 총 구매액이 1200달러가 되기 때문에 입국면세한도 초과분인 600달러에 대해서는 세금을 신고납부해야만 구매물품을 합법적으로 반입할 수 있다.

 

어차피 600달러를 초과하면 세금을 신고납부해야하는데 왜 구매한도를 600달러로 제한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출국장 면세점과 시내면세점에서의 내국인 구매한도는 3000달러로 높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면세한도 초과 구매자에 대한 검색의 한계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출국장이나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한 경우처럼 입국장 면세점 구매내역도 관세청에 실시간으로 통보돼 세관에서 모두 파악은 가능하다. 하지만 600달러를 초과구매했다고 해서 모두 단속할 수는 없다. 면세한도를 과도하게 넘겼다거나 상습 미신고자 등을 우선적으로 골라내서 선별적인 검사를 실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출국장과 시내면세점 구매자들은 출국했다가 귀국하기 전까지 검색대상을 선별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반면 입국장면세점 구매자는 사실상 선별조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 여행객이 원하는 상품 ≠ 입국장 면세점 판매 상품

 

입국장 면세점에서는 판매되는 물품도 제한적이다.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와 과일, 농·축산 가공품 등 검역대상 품목은 판매하지 않기로 했고, 일반 판매품목들도 2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들도 채울 계획이다.

 

면세점 운영사업자를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으로 입찰한다는 계획도 구매물품에 제한을 가져온다.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우 대기업 면세점과 달리 고급브랜드 입점계약이 어렵다. 내국인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면세점 제품 대부분은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가브랜드들이어서 원하는 제품과 판매하는 제품 간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우수제품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명품관을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마찬가지로 내국인 소비자의 취향에 맞을지는 의문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에 가장 먼저 생기는데 인천국제공항의 임대료가 너무 높아 중소·중견기업 운영자가 버텨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임대료는 연간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임대료 수입을 저소득층 지원 등 공익목적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 아니다.

 

결론적으로 입국장 면세점에서는 고가의 품목보다는 여행 내내 들고다니기 부담스러운 부피나 무게가 있는 주류가 주된 매출원이 될 전망이다. 실제 입국시에 이용하게 되는 항공사들의 기내면세점의 매출 상위 품목도 위스키 등 주류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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