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회장 취임 1년 정용진, '등기임원'은 언제?

  • 2025.03.13(목) 07:00

올해 이마트 주총서도 사내이사 선임 안건 없어
2013년 이후 미등기임원으로 경영 전반 관여
책임 경영 위해 등기임원 선임 요구 목소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올해도 이마트 등기임원으로 복귀하지 않습니다. 이마트는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 전무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인데요. 하지만 정용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올해도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최근 이마트 지배력을 강화하고도 정작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으면서 경영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2년 미등기

등기임원이란 등기된 임원을 뜻하는 말로 기업 이사회 구성원을 뜻합니다. 임원 중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가 바로 등기임원입니다. 이들은 법인을 대표하고 이사회에서 주요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기업 경영의 법적인 책임을 집니다.

정 회장이 늘 미등기임원으로 일했던 건 아닙니다. 정 회장은 2006년 신세계 부회장이 된 후 2010년 3월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신세계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듬해 4월에는 신세계에서 분할 설립된 이마트의 대표이사로도 이름을 올리면서 신세계와 이마트 2개사 모두에서 등기임원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정 회장이 다시 미등기임원으로 내려온 건 2013년 3월입니다. 정 회장의 임기는 신세계에서는 종료됐지만 이마트에서는 아직 1년이 남은 때였는데요. 당시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이 이마트 기업분할 당시부터 논의된 것으로 각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재계에서는 정 회장과 신세계그룹이 잇따라 고소·고발 사건에 휘말린 영향 탓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정 회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노동조합 사찰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노동조합 탄압 혐의로 노조로부터 고소를 당하는가 하면 국정감사, 청문회 등에 불려나가기까지 하며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었죠.

물론 검찰 수사 결과 정 회장이 불법행위 가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불기소 처리 됐지만 잇따른 법적 리스크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이 검찰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오너가 모두 미등기

이후 정 회장은 10년이 넘도록 미등기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여부는 그룹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화두로 떠오릅니다.

지난 2020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8.2%를 정 회장에게 증여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줬는데요. 당시 신세계그룹은 이 총괄회장이 책임경영을 주문하며 지분을 넘겨줬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정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여부는 당시에도 재계의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정 회장은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러다 지난해 3월 마침내 정 회장이 회장직에 올랐습니다. 여기에 올해 2월에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하던 이마트 지분 전량(278만7582주)을 시간외매매로 사들이며 이마트 지분을 28.56%로 늘렸습니다. 이때도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이마트 최대주주로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책임경영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올해도 정 회장은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습니다.

정 회장뿐만이 아닙니다. 신세계그룹 오너일가는 모두 미등기임원으로 주요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 역시 오랜 시간 백화점부문을 이끌어왔지만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말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올해 주총 안건에는 정유경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죠.

이명희 총괄회장 역시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정 회장의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이 1994년부터 현재까지 조선호텔앤리조트에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현재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정한 책임경영은

등기임원과 달리 비등기임원은 이사회 활동을 할 수 없고 이사회 의결권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비등기임원인 상태에서도 신세계그룹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습니다. 그룹 오너다보니 이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막강합니다. 오너로서의 주요 권한만 누리면서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2018년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중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곳이 한 군데도 없어 책임경영 차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1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정 회장에게 "올해 3월 주총에서 주주 승인을 받아 사내이사에 취임해야 한다"며 "그동안 정 회장은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경영 실패, 차입금 누적 등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책임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부 주주들 역시 정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가 주도하는 이마트 소액주주 연대가 최근 정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전달했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신입사원과 셀카를 함께 찍는 모습. /사진=신세계그룹

물론 정 회장에게 책임 경영 의지가 없는 건 아닐 겁니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대주주는 등기임원이든 아니든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책임있는 경영자가 되겠다는 뜻이겠죠.

실제로 정 회장은 최근 들어 신세계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며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신세계그룹도 최근 정 회장의 취임 1주년 보도자료를 내며 "지난 1년 동안 그야말로 독하게 일만 하며 그룹 혁신을 이끌어온 정 회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죠.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책임경영의 의지를 드러내고 싶다면 등기임원에 오르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조만간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백화점 등 두 부문의 계열분리가 시작됩니다. 정 회장이 이마트의 총수가 될 날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많은 오너 경영인들이 그러하듯 정 회장도 등기임원으로서 책임 있는 오너 경영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