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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갚으라 재촉하는 은행들, 속으론 두번 운다

  • 2021.11.10(수) 06:45

신용대출 한도 줄여 만기 갱신시 상환해야
상호금융보다 은행 대출금리가 더 높아져
은행 "우량차주 보내고 비난 다 받아, 억울"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고신용점수 대출차주 등 우량차주들에게 적극 신용대출을 해줬던 은행들이 이제는 돈을 갚아달라고 재촉하는 모양새다.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대출 갱신 시 한도를 대폭 줄이고 금리까지 큰 폭으로 올리면서 기존 대출차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기조에 따른 것이라며 해명하고 있지만, 2금융권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낮은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은행만 우량차주들을 과도하게 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은행 대출 억제에 상호금융과 금리 역전 현상까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말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8279억원으로 9월 말에 비해 1720억원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5개월만이다.

하지만 전달 신용대출 잔액 감소 원인은 지난 5월과는 결이 다르다. 지난 5월의 경우 기업공개(IPO)이후 대출을 받아 청약증거금을 마련했던 차주들이 증거금 반환 이후 이를 상환한 영향이 큰 반면, 전달 신용대출이 줄어든 것은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더욱 보수적으로 취급하면서다.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호응하기 위해 그동안 '억' 단위로 대출을 해줬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이내로,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500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통상 이러한 대출들은 만기 이전에는 이자만 갚기 때문에 자금계획 수립 시 많이 사용됐다. 다만 만기가 1년마다 돌아와 만기 후 계약을 다시 갱신해야 했다. 하반기 만기가 도래한 대출차주들은 이전 조건 그대로 만기 계약을 갱신할 수 없게 되면서 은행이 내 건 한도 이상의 신용대출은 갚아야 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만기 계약 갱신 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대출차주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은행들이 이러한 기조를 내년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만기갱신을 앞두고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 방침 이상의 대출은 당장 갚아나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사실상 은행이 신용대출 회수에 나섰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최근 은행들이 대출상품의 우대금리를 삭제하는 등 금리를 대폭 올리는 점도 기존 대출차주들에게는 고민거리다. 통상 신용대출은 거의 100%가 시장 금리의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대출로 취급되는데,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인상기가 본격화 된데다가 은행들이 대출의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우대금리 항목들을 삭제하면서 금리가 빠르게 인상되고 있어서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33%가량으로 집계됐다. 10월 말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0.2%포인트 가량 올랐을 것이란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건은 기준금리는 아직도 0% 수준인데 신용대출 금리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인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금리가 같은 수준이었던 지난해 4월 시중은행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3.81%로 현재 신용대출의 금리가 0.5%포인트가량 높다. 대출의 기준점이 되는 기준금리가 0.75%로 같았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은행들이 대출 시 우대금리 항목을 삭제하는 등 가산금리를 높여 전체 대출의 금리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르면 이달 중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빠르게 치솟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들어 경우 1금융권인 은행보다 2금융권인 상호금융업권의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은행들이 빠르게 대출금리를 올리는 반면 상호금융업권에서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 상호금융에서 돈을 빌릴 때 더 낮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상황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9월말 전체 예금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4.15%인 반면 상호금융권은 3.84%로 집계된 바 있다.

은행들, 우량차주 잃고 비난 받고 '부글부글'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한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감독당국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최근 발생한 금리 역전현상에 대해 "금리는 시장이 결정되며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며 "다만 감독 차원에서 신중하게 모니터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은행입장에서는 최근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은 은행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감독당국의 방침에 적극 협조하기 위함인데, 감독당국이 불리한 부분에서만 시장논리를 펼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빌릴 수 있는 대출차주는 소위 우량대출 차주로 분류된다. 은행에서 많은 금액의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사실상 고신용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량대출 차주의 대출잔액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게 되면서 은행 입장에서도 아쉬운 형국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대출금리를 높여 대출의 접근성을 높인것도 금융당국의 요청에 의한 부분이 있는 것인데, 이를 시장논리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금융당국의 분석도 은행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난여론을 확대시키고 책임은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중에서 우량대출 차주의 경우도 한도를 대폭 줄여나가고 사실상 상환을 강요하게 되며 장기적이며 고정적인 이자수익 확보가 어렵게 된 상황이다"라며 "우대금리 축소 역시 금융당국의 꾸준한 주문에 발맞추기 위함인데 이제와 시장 자율에 의한 금리결정이라고 하면 책임 회피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은행들의 행태에 이자장사로 돈을 번다는 안좋은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면서 모든 책임을 금융사에 떠넘기는 금융당국의 행태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근 청와대 '가계대출 관리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란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총량관리에 숨어 이자수익만 극대화 하려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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