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출발이 영 좋지 않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3분의 1 가까이 깎여나갔다. 정유사업에서 스텝이 꼬였고, 화학부문도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윤활유부문이 위안이라면 위안거리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연결기준)이 12조1661억원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7.0% 늘었지만 작년 4분기에 견주면 2.9% 감소했다.
매출에 비해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더 뒤쳐졌다. 영업이익 711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9.1%, 전분기 대비 15.4%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8%로 1년 전에 비해 3%포인트 깎였다.
증권업계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이 835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따른 유가 변동과 환율 하락 영향으로 대부분의 국내 에너지·화학기업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주력인 정유사업이 부진했다. 영업이익이 1년전과 비교해 28.3% 감소한 3254억원으로 나타났다. 제품가격과 원유가격 격차인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이면서 원재료인 초경질유(컨덴세이트) 프리미엄 인상이 악재로 작용했다.
부쩍 몸집을 키웠던 화학사업도 시들했다. 영업이익이 284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7.4% 감소했다.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폴리에틸렌(PE), 파라자일렌(PX), 벤젠(PE) 수익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석유개발 사업은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44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21.8% 감소했다. 페루 광구 파이프라인 문제로 원유 판매량이 감소하며 실적이 부진했다. 그나마 윤활유사업 영업이익이 12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5.6% 늘며 체면치레를 했다.
위안이라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정유부문의 비중이 64.4%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석유사업 중심에서 에너지∙화학으로 사업포트폴리오가 진화하면서 '좋을 땐 더 좋고 나쁠 땐 덜 나쁜' 기초체력이 다져졌다고 SK이노베이션은 평가했다.
올해 2분기 전망도 긍정적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에는 석유∙화학 시황의 견조한 수요에 기반한 우호적 시장 환경이 예상된다"며 "딥체인지로 다져진 사업 포트폴리오 등 차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