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경 작가의 단편 소설 '쇼룸' 안에는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져 있습니다. 가난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김의경 작가는 10년 넘게 반지하를 전전하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던 경험을 살려 이번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이 중 '이케아'편이 가장 잘 알려져있습니다. 기자가 이 책을 접한 것도 '이케아 세대'라는 신조어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이케아의 화려한 쇼룸이 소비와 소유 욕망을 부추기지만, 현실은 이케아 가구도 사치인 방 한칸 조차 지키기 어려운 '이케아 세대'를 작가는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쇼룸의 첫번째 문을 연 단편 '물건들'도 같은 맥락에서 젊은 세대의 삶을 소비에 빗대 묘사합니다. 다만 이 소설의 배경은 다이소입니다.

다이소는 국내 최대 균일가 생활용품점인데요. 각종 생활용품부터 주방용품, 문구, 음식료품까지 없는 것을 찾기가 힘든 정도죠. 게다가 대부분의 상품 가격은 1000~2000원 수준, 아주 비싸봐야 5000원 정도니 서민들의 지갑을 지켜주는 매장으로 인식됩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종로서적이 있던 다이소 종각점에서 대학 때 이성 친구인 영완을 만납니다. 천여개의 매장 중 이곳 종각점, 그리고 5층까지 펼쳐진 넓은 매장 중 이곳에서 만난 것을 인연이라고 믿으며 사랑을 이어가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다이소 매장이 정말 천개나 될까요. 하긴 요즘 지하철역 앞이나 각 지역의 핵심 입지에는 다이소 매장이 어김없이 들어섰습니다.
실제 다이소 매장수는 1997년 1호 매장 오픈 후, 지난해 기준 전국의 매장 수는 1300여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매장 수만 보면 눈에 띄는 성장세입니다.
그들이 만난 곳은 종로서적이 있던 자리, 의미 있는 공간이 사라진 것은 서운한 일이지만 넓은 매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단지 책을 읽는 사람들 대신,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들은 월세를 아끼고자 동거를 시작합니다. 3~4년간 직장생활을 통해 두사람이 모은 돈은 3500만원 정도였는데 그 돈으로 전셋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힘들게 발품을 팔아 3500만원 보증금의 월세를 구하죠. 두 사람은 처음 집에 들어간 날도 어김 없이 다이소를 찾아 청소용품과 생활용품을 쇼핑해 살림살이를 마련합니다.
생각해보면 다이소에는 정말 없는 게 없습니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실제 다이소는 약 3만여 종의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이소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시장조사와 연구개발을 통해 매월 700여종 이상의 신상품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전 세계 36개국 3600여개 업체에서 차별적인 상품을 확보한다고 하는데요.
이렇다 보니 생활에 꼭 필요한 생활용품은 물론, 트렌디함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긴 상품도 진열되고 있고요. 국내 570여개 중소기업과도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해 더 다양한 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겁니다.
근데 가격도 의문스럽습니다. 대부분이 1000원, 비싸 봐야 5000원인 물건이 대부분인데요. 다이소는 기본적으로 물건의 가격을 결정할 때 500원부터 5000원 사이 6개의 균일가격 중에서만 판매가격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전체 상품 중 1000~2000원 사이의 상품 비중이 80% 이상을 유지하도록 가격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이익을 남기려고 장사를 하는 건데 이게 가능한 걸까요.
다이소는 우선 3600여개 협력사와 직거래를 해 비용을 절감하고요. 디자인 단순화, 불필요한 기능 제거, 대량구매, 국내 최대규모 자동화 물류센터 운영으로 원가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해서 이익이 얼마나 남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최근 10년간 매출 성장세는 가파릅니다. 2013년까지 기말재고 손실로 영업이익은 다소 부진했으나 직거래 시스템 등으로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2016년 이후론 1000억원대 이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조9786억원으로 2조원에 근접했고요. 영업이익은 1251억원을 달성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0대 젊은 남녀의 사랑은 다이소에서 시작해 다이소에서 끝이 납니다. 생활용품점이지만 단순히 상품을 넘어 누군가의 생활에, 그리고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거죠.
특히 벌어도 늘 부족한 우리 현실 젊은 세대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요. 단편이지만 이들을 대변이라도 하듯 다이소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어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