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활용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크리에이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이 부쩍 늘었다.
숏폼(짧은 동영상) 스타트업 '순이엔티'는 지난해 5월 선보인 커머스 플랫폼 '순샵'을 통해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박창우 순이엔티 대표는 "숏폼은 영상매체가 아닌 SNS(소셜미디어)이며,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순이엔티는 180여 명의 크리에이터로 틱톡(13억명), 유튜브(3억명), 인스타그램(1억5000만명) 등 총 18억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다.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를 매칭해 콘텐츠 제작과 판매를 연계하는 순샵은 론칭 6개월 만에 누적 방문자 100만명을 넘었다. 순이엔티는 음원 플랫폼 '스냅비츠', 숏폼 랭킹 서비스 '사운드랭크', 숏드라마 유통 플랫폼 '슉' 등 다양한 수익화 모델도 준비 중이다.
스타트업 '마플코퍼레이션'의 커머스 플랫폼 '마플샵'은 올해 3월 출시 예정인 '마플샵 크리에이터 멤버십'과 '핸드메이드 크리에이터' 모집에 나서고 있다. 멤버십 가격은 월 2900원부터 시작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핸드메이드 작가 대상으론 연말까지 판매수수료 0% 정책을 제공한다.
현재 8만여 개의 크리에이터 샵을 보유한 마플샵은 제작부터 포장, 배송까지 원스톱 지원하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박혜윤 마플코퍼레이션 대표는 "창작 활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여행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세시간전'은 1년 만에 크리에이터를 7000명까지 확대하고, 40여개 여행사와 제휴로 안정적 수익모델을 구축한 바 있다. 올해는 크리에이터 5만명 확보를 목표로,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제작 지원 등 차별화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세시간전은 현재 월평균 거래액이 전년 대비 20배 이상 증가한 31억원을 넘었다. LG유플러스의 통신라이프 플랫폼 너겟 등 주요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사업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세시간전을 만든 신성철 모먼트스튜디오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지원과 글로벌 시장 확장을 통해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스타트업들에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마플코퍼레이션은 현재까지 145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순이엔티는 시리즈B(서비스 출시 이후 시장 확대 단계에서 받는 투자) 1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모먼트스튜디오도 지난해 6억원 규모의 시리즈A 초기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 9억원을 기록했다.
벤처캐피탈(VC)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 플랫폼 시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예측 가능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제도 있다. 각 플랫폼의 차별화 가치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히 크리에이터 숫자 늘리기가 아닌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야 하고, 크리에이터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술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을 갖춰야한다는 지적이다.
이해랑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플랫폼의 성장은 결국 크리에이터의 성장"이라며 "얼마나 매력적인 수익모델을 제시하고 지원할 수 있느냐가 플랫폼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