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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 `김기사` 몰고 일본으로

  • 2014.12.18(목) 12:52

박종환 록앤올 대표 "크라우드 콘텐츠시대 올 것"
다운로드 850만 '국민내비' 별명도..日 유료앱 시장 진출

▲ 록앤올은 무료 내이게이션 앱으로 통신사들을 긴장시켰다. 록앤올은 내년 초 일본에도 상륙한다. 박종환 대표는 "앞으로 사용자 참여에 의한 콘텐츠가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대박장애라고 하죠. 사용자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다운됐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죠. 그 뒤 자체 서버를 증설하고 클라우드(cloud, 트래픽을 자동으로 분산해주는 역할을 하는 외부서버) 용량도 늘렸습니다."

박종환(42·사진) 록앤올 대표는 올해 9월8일을 잊지 못한다. 록앤올이 만든 무료 내비게이션 '김기사'의 진가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날은 추석 당일이었다. 차례를 마친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섰을 때 김기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트래픽이 몰릴 것을 예상해 미리 준비를 해뒀지만 역부족이었다.

 

◇ 850만 내려받은 김기사, 긴장한 통신사


"150만~200만명 가량이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박 대표는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 표정이었다. 이날 장애는 4시간 가량 이어졌다. 록앤올은 사용자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주된 수익원인 광고를 하루 동안 중단했다.

 

▲ 김기사의 벌집형 UI. 목적지를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

통신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SK텔레콤(T맵), KT(올레내비), LG유플러스(U+내비)는 자사 가입자들에게 무료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기사의 경쟁사인 셈이다. 모 통신사 직원은 "김기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우리에게 상당한 위협이 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기사는 누적 다운로드수 850만에 달하는 내비게이션이다.

통신사 내비게이션이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부터 깔려있는 것과 달리 김기사는 사용자들이 구글플레이스토어나 애플스토어에서 일일이 내려받아 설치해야 하는 앱이다. 그래서 '국민 내비'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수집해 지름길을 안내하고 한번 목적지를 설정하면 나중에도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벌집형 사용자환경(UI)이 특징이다. 내비게이션 앱에 블랙박스 기능을 담은 것도 김기사가 처음이다.

◇ 척박한 한국 앱시장, 김기사 일본으로…

직원수 34명, 설립된지 4년밖에 안된 회사지만 록앤올은 해외진출을 앞두고 있다. 내년 초 일본 통신사 KDDI의 앱마켓인 '스마트패스'를 통해 '드라이비(Dribee)'라는 이름으로 김기사를 선보인다.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유료로 운영되는 스마트패스는 통신사와 앱개발사가 수익을 나눠 갖는다.

"국내 사용자들은 유료결제에 대한 거부감이 심합니다. 우리도 서비스 초기 한달 가량 유료를 해봤어요. 가까운 친구들조차 이용을 안하더라구요. 안되겠구나 싶었죠."

지난해 구글의 모바일 행동패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평균 40개의 앱을 설치한다. 이 가운데 유료앱은 3개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 사용자들은 36개의 앱 중 절반가량인 17~18개를 돈을 내고 사용한다. 앱 개발자들에게 국내시장만큼 척박한 땅도 없는 셈이다. 김기사의 가치를 알아본 것도 일본이었다. 록앤올은 지난해 10월 일본의 벤처캐피탈인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등에서 40억원을 투자받았다.

박 대표는 "국내에선 김기사를 유료화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목적지 인근의 상점광고나 정보를 제공해 수익을 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는 "백화점이나 면세점, 대형마트의 할인쿠폰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광고주로부터 그 대가를 받는 사업모델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 문열었어요"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


박 대표는 나중에는 사용자 자체가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지난해 4월 경기도 의정부 민락동에 코스트코가 문 열었을 때 이 사실을 사용자들이 단 하루 만에 알려준 것을 고마워했다. 통신사 내비게이션이라면 1~2개월이 걸렸을 일인데 사용자들의 참여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구글이 이스라엘의 '웨이즈(Waze)'라는 내이게이션 앱 업체를 인수한 것도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 대중들의 아이디어와 정보를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사용자 참여에 기반한 콘텐츠가 점점더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즈는 사용자들이 올리는 교통사고와 경찰단속, 속도감시 카메라, 도로폐쇄 등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전달해주는 앱을 만든 회사다. 지난해 구글이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수했다.

◇ "구글도 혼자 시작하진 않았다"

록앤올은 박 대표와 김원태 대표, 신명진 부사장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이들은 부산대학교 전자계산학과 대학원에서 만나 직장생활을 한 뒤 함께 회사를 차렸다. 박 대표는 마케팅과 사업, 김 대표는 기획과 경영, 신 부사장은 기술쪽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저는 혼자 창업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구글이나 애플도 혼자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박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일수록 1인 창업보다 공동창업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영업과 관리, 개발을 혼자서 다 할 순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의견차이가 생길 때도 있지만 이는 갈등이라기보다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주는 과정으로 봐야한다"며 "한 사람이 잘못 판단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보완해줄 수 있어 리스크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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