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빈용기보증금이 인상된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증금을 올려 빈 병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소비자 부담은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빈 병에 얽힌 정부와 주류업계, 소비자의 목소리를 정리했다. [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병맥주는 캔맥주보다 불편한 술이다. 무겁고 깨지기도 쉬워서다. 그래도 병맥주를 선호하는 이유는 가격이다. 오비맥주의 카스는 용량(500ml)이 같더라도 캔맥주 출고가격(1690.75원)이 병맥주(1147원)보다 543.75원 더 높게 책정된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도 병맥주가 캔보다 543.6원 더 싸다.
병맥주가 캔맥주보다 싼 이유는 용기를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은 캔보다 첫 생산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재사용할수록 원가가 절약된다. 국내 빈 병은 평균 8번 재사용되는 반면 캔은 일회용이다. 캔은 재활용되더라도 빈 캔을 녹여 새 캔으로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러한 병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빈용기보증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무뎌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맥주병 빈용기보증금이 50원에서 130원으로 오르게 되면 병맥주 가격도 80원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병맥주는 캔맥주보다 500원가량 싸게 팔리는데, 내년부터 가격차이가 420원대로 줄어들게 된다.
물론 빈 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겁고 깨지기 쉬운 빈 병을 반납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2014년 가정용 소주·맥주 빈 병 회수율은 24.2%에 불과했다. 다만 빈용기보증금 인상후에도 술집에서 파는 병맥주 가격은 변동이 없다. 업소용 빈 병 회수율이 100%에 이르기 때문이다. 출고가가 인상되지 않는 한 빈용기보증금에 따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물론 빈 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겁고 깨지기 쉬운 빈 병을 반납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2014년 가정용 소주·맥주 빈 병 회수율은 24.2%에 불과했다. 다만 빈용기보증금 인상후에도 술집에서 파는 병맥주 가격은 변동이 없다. 업소용 빈 병 회수율이 100%에 이르기 때문이다. 출고가가 인상되지 않는 한 빈용기보증금에 따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정용 시장이다. 가뜩이나 가정용 시장에서 수입맥주에 밀리는 국산 맥주가 빈용기보증금이 시행되면서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국산 병맥주는 빈용기보증금 인상에 따라 판매가격이 오르지만, 수입맥주는 가격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수입맥주는 빈용기보증금 대신 '생산자 책임재활용 제도(EPR)'에 따라 재활용 부과금을 내고 있다. 빈 병을 회수해도 해외까지 운반하는 비용이 더 들어 가서다. 그나마 가격 우위를 지켜온 국산 병맥주가 빈용기보증금이 내년부터 인상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산 맥주가 역차별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자원순환국 관계자는 "주류회사가 빈용기보증금과 EPR 둘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며 "국내 주류회사가 보증금 제도를 선택하는 것은 EPR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류사 관계자는 "수입맥주 회사도 국내에 공장이 있다면 보증금 제도를 택했겠지만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공장을 지을 생각 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