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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오너일가, 지주사 지분확대 '잰걸음'

  • 2017.10.19(목) 15:51

동아·녹십자·종근당·JW 등 지분확대
JW 등 지주사도 자회사 지분 확대..지분요건 강화 대비

제약업계 대주주들이 지주사 지분을 높여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주사도 향후 자회사 지분 요건이 강화될 것에 대비해 핵심 자회사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 주요 제약사 지주사 전환해 지배구조 강화

2001년 녹십자를 비롯해 JW와 한미, 동아, 종근당, 일동제약 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2007년 관련 법안 개정으로 지주사 설립·전환 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지주사 전환이 많아졌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10%포인트 줄어든 반면 지주사 부채비율 한도는 2배로 늘면서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가 쉬워지면서다.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요건은 종전 30%에서 20%으로, 비상장사는 50%에서 40%으로 완화됐다.  

조세특례법상 지주사 전환·설립에 대한 세제혜택도 영향을 미쳤다. 지주사로 전환·설립된 기업에게 현물출자에 따른 양도차익 세금 납부를 미뤄주고, 자회사 지분을 사들일 때 취득세를 면제해주도록 한 조항 등이다.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지주사 전환이 대주주 지배권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을 활성화했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25%인 가상의 기업이 4대6 인적분할을 거쳐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사업부문을 떼내 만든 신설회사의 지분 전체를 지주사에 현물출자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은 기존 25%에서 45.5%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들은 1990년대말까지 연구·생산장비 등 투자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증자에 나서면서 대주주 지분율이 약화됐다. 1970년대 상장한 동아와 일동, 종근당, JW, 녹십자 등 주요 제약사에선 1999년말 기준 주요 사업 자회사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모두 한자릿수로 나타났다. 동아에스티(2.61%), 녹십자(6.61%), 일동제약(8.02%), JW중외제약(8.06%) 등이다. 이에 따라 경영권이 취약하고 특히 승계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 동아·녹십자, 오너 회장 지배력 확대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에도 제약사 오너일가들의 지주사 지분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1년간 주식매입이 활발했다.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은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5만1632주를 사들이고,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8만7600주를 확보하면서 총 13만9232주를 늘렸다. 강 회장의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율은 25.68%에서 27.58%로 높아졌다. 

강 회장과 함께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는 핵심 사업 자회사인 동아에스티의 주식 2만1071주를 총 5차례에 걸쳐 장내매수했다. 지주사의 동아에스티 지분율은 22.09%에서 22.34%으로 상승했다.

녹십자 허일섭 회장도 올들어 총 11차례 장내매수를 통해 녹십자홀딩스 주식 4만1321주를 취득하면서 지주사 지분율이 11.03%에서 11.56%로 높아졌다. 대신 허일섭 회장과 3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 친인척 허성수 등은 사업 자회사인 녹십자 주식 총 4만8083주를 매도해 자금을 확보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의 경우 여타 업종들과 비교해 신약개발을 위한 장기투자가 필요해 오너십이 중요한 측면이 있다"며 "소액 투자자들의 단기적 수익 압박에서 비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경영을 하기 위해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JW·종근당, 친인척도 지주사 지분 확대

일부 제약사는 오너 친인척들도 지주사 주식 매입에 가세하고 있다. JW와 종근당이 대표적이다.

JW그룹에선 이종호 명예회장과 이경하 회장 외에 친인척 5명이 지난 한해동안 지주사 JW홀딩스 주식을 늘렸다. 이 명예회장과 이 회장의 경우 전환사채 주식전환으로 각각 11만6842주, 118만2673주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친인척인 이정하, 이진하, 이기환, 이수민, 홍임선 등 5명은 전환사채 주식전환권 행사와 장내매수로 총 50만9588주를 취득했다. 다만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면서 오너일가 지분율은 42.59% 수준에서 유지됐다.

같은 기간 지주사인 JW홀딩스는 사업 자회사인 JW중외제약 주식을 237차례 장내매수하고 한차례 무상신주배정 등을 통해 총 47만2081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42.32%에서 43.79%로 끌여올렸다.

종근당에선 이장한 회장이 지난 1년간 총 9차례에 걸쳐 지주사 종근당홀딩스 주식을 16만6121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33.73%로 3.1%포인트 높였다. 이 회장의 아내인 정재정씨도 14만4335주, 2.72% 가량을 장내매수해 지분율을 5.82%로 높였다.

최근 지주사 체제를 갖춰가는 일동홀딩스와 제일파마홀딩스 등의 오너들도 지주사에서 인적분할된 사업회사 주식을 처분해 확보한 자금으로 지주사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지주사로 전환한 일동제약은 지주사 일동홀딩스가 일동제약 지분율 24.81%를 확보하며 자회사 지분요건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일동홀딩스가 진행한 일동제약 주식 공개매수(일동홀딩스 주식과 교환)에 윤원영 회장 일가만 참여해 지주사에 대한 윤원영 회장 일가 지배력이 확대됐다.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는 자회사 제일약품 지분율 요건(비상장사 20%)에 6% 가량 부족해 제일약품 주식 매수를 계속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이 다시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법이 바뀌고나서 한꺼번에 요건을 맞추려면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어 미리 준비하는 곳들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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