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국회CSR정책연구포럼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콘라드아데나워재단한국사무소가 공동 주최한 '2017 CSR 워크숍'이 열렸다. [사진 = 안준형 기자] |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의무화하기보다 자발적으로 CSR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지난 28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촉진을 위한 정부 5개년 종합시책,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 주제로 열린 워크숍 연사로 나선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은 기업의 자율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내년 정부의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 발표를 앞두고 마련됐다. 올해 관련 법이 정비되면서 정부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정부 종합정책을 마련하도록 돼 내년 처음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포럼 참석자들은 정부의 새로운 규제보다는 기업의 자율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데 대부분 동의했다.
김태한 연구원은 "CSR을 위한 자발적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하고, 기업들이 그 환경내에서 적극적으로 CSR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적절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며 "다만 채찍은 직접적인 규제가 아닌 탄력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재성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은 "CSR을 촉진하려면 징벌적 방식보다 시장 자율적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또 다른 규제 법이 생겨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종합시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김완기 과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CSR은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는 옆에서 지원하는 촉진제"라며 "기업의 자발성을 어떻게 재고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국회CSR정책연구포럼 홍일표 대표의원은 "첫 종합시책이 탁상공론에 머물거나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서는 안된다"며 "기업이 경기가 안좋다는 이유로 CSR을 회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국내외 현황과 요구'를 발표한 박재흠 삼일PwC 상무.[사진 = 안준형 기자] |
기업의 자율성에 대한 목소리는 컸지만 현재 CSR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대한상의 노재성 실장은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윤리경영은 국민평가에서 20~30점밖에 받지 못한다"며 "CSR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흠 삼일PwC 상무는 "대기업은 한해 3조원이 넘는 사회공헌비를 쓰고 있지만 대기업의 평판은 오히려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며 "그 이면엔 CSR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은 비전략적이고 차별성 없는 반쪽짜리 CSR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가치창출, 이해관계자 참여 3가지 요소를 활성화하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합시책 수립에 앞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2011년 EU가 지속가능경영의 액션플랜을 권고했는데, 2009년 독일 연방노동사회부가 먼저 CSR포럼을 발족해 종합계획의 방향을 잡았다"며 "이 포럼은 산업계, 노동계, 노동조합, 정치인 등 44명으로 구성됐고 그 이듬해 포럼이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는 액션플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재흠 상무도 "기업에 무조건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도 CSR에 동참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연구원은 "평판을 중요시하는 대기업은 자발적으로 CSR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며 "중소기업이 CSR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김완기 과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우러져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