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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약·바이오,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 2019.10.10(목) 09:32

신라젠‧헬릭스미스 임상 실패 사실 은폐 의혹
영진약품‧코오롱생과는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신뢰 회복하려면 자발적 투명성 강화 노력 필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잇달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상습적으로 공시 규정을 어겨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거나 임상3상 실패를 비롯한 주요 경영 사안이 터질 때마다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제약·바이오기업들을 위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별로였다. 신약 개발 가능성만으로 주식시장에 특례상장한 경우가 많다 보니 경영자의 자질이나 경영시스템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바이오기업들을 겨냥해 특별관리와 함께 공시제도 개정을 주문했다.

성 의원실에 따르면 기술특례 상장기업 76곳 중 무려 80%에 달하는 61곳이 바이오기업이었다. 최근 나란히 임상3상 실패 소식을 알린 신라젠과 헬릭스미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만으로 주식시장에 입성하다 보니 당연히 실적도 형편없었다. 특례상장 바이오 61개사 중 지난해 흑자를 낸 기업은 6곳에 그쳤다.

특례상장으로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은 탓인지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임상3상 실패 소식을 공시하기 전에 대표와 임직원 등 특수관계인이 20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헬릭스미스도 엔젠시스의 임상3상 무산 사실을 공시하기 전날 김용수 전 대표 가족들이 2만7000여주 중 3000주를 매각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이라기엔 처분 주식 규모가 작지만 헬릭스미스 역시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받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7월 임상 3상에서 약물 혼용으로 인한 임상 실패설이 돌았다. 회사 측은 당시 루머라고 일축했지만 결과적으로 약물 혼용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내부적으로 사실을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신라젠도, 헬릭스미스도 임상3상 실패 미리 알았나]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영진약품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소송 등의 제기·신청 사실에 대해 지연공시하면서 불성실 공시법인 명단에 올랐다. 영진약품은 지난 9월 20일 알앤에스바이오로부터 93억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당했지만 8거래일이 지난 후에야 공시하면서 한국거래소가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코오롱생명과학도 주주들로부터 6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당했지만 3거래일이 지나 공시했다가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8월에도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판매 및 공급계약 해지 공시를 번복했다가 1600만원의 제재금과 함께 이미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특히 지난 2017년 티슈진으로부터 인보사의 세포변경 자료를 전달받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세포변경 사실을 은폐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관련 기사: 티슈진, '기사회생' 동아줄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이런 행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9개월간 제약·바이오를 포함한 헬스케어업종의 시가총액 수십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자칫하다간 제약·바이오 업종 전체가 회생불능 수준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약·바이오업종은 우리나라의 가장 유망한 성장산업 중 하나다. 최근 숱한 잡음에도 국내 대표산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꾸준한 투자와 함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옥석가리기와 함께 제약·바이오업종이 건전한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 스스로가 경영 투명성 및 신뢰 회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할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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