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경쟁의 판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쿠팡이나 이베이코리아, SSG닷컴 등 전통 쇼핑업체 간 경쟁 구도였다. 하지만 최근엔 대형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나 카카오가 가세하고 여기에 더해 택배업체인 CJ대한통운마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전선(戰線)이 확대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특히 최근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협업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업종 간 이합집산이 활발해질 경우 기존 온라인 쇼핑시장의 경쟁 판도가 급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 본격화
최근 CJ대한통운은 LG생활건강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고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24시간 내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풀필먼트 서비스란 CJ대한통운과 같은 물류 전문기업이 상품 보관과 제품 선별, 포장, 배송까지 일괄 대행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배송 토털 아웃소싱인 셈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기존 일반 인터넷 쇼핑몰 상품의 경우 다음날 물품을 배송받으려면 오후 3시까지는 주문을 해야 했다. 반면 이 서비스를 활용할 경우 자정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서비스 이용업체가 미리 풀필먼트 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CJ대한통운이 재고 관리는 물론 주문에 따라 직접 배송까지 해주는 방식 덕분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기존 유통사, 제조사의 물류센터에서 택배사가 집하해 허브터미널로 보내는 단계가 없어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CJ대한통운이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본격화함에 따라 우리나라 이커머스 물류에서도 풀필먼트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 "쿠팡 경쟁사, 물류 아웃소싱으로 경쟁력 갖출 것"
업계 안팎에서는 CJ대한통운이 이번에 개시한 풀필먼트 서비스가 이커머스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CJ대한통운이 해당 서비스를 확대하면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경쟁력이 단기간에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쿠팡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빠른 배송'인데, 경쟁사들도 '외주'를 통해 배송 속도를 높이게 되면 기존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의 경쟁사와 물류업체 간 연합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쿠팡처럼 초기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지 않는 한 물류 아웃소싱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고, 택배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대형 화주가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점차 풀필먼트 서비스 시장이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풀필먼트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조 8800억원에서 오는 2022년까지 2조 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 역시 "관련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소비자 편의 증진과 이커머스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서비스 확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 네이버, 물류 스타트업 투자…"협력 방안 모색"
업계에선 CJ대한통운이 이번 서비스를 네이버와 함께 한다는 사실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LG생활건강 상품 중에서도 네이버 브랜드스토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한해 체결됐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CJ대한통운 등과 손을 잡고 배송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네이버는 물류 서비스와 관련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만 위킵과 두손컴퍼니, 신상마켓, FSS 등 물류 스타트업 네 곳에 투자하면서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직접 물류시스템을 갖추기보다는 다양한 물류업체들을 연결하는 식의 '플랫폼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역시 지난달 23일 올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CJ대한통운과의 협업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브랜드스토어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첫 물류 협력 사례인 만큼 그 성과와 개선점을 잘 모니터링해 향후 배송 수요를 네이버쇼핑 안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브랜드 물류업체들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쿠팡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기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라면서 "여기에 더해 CJ대한통운이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경쟁력을 키워줄 경우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