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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한 혐오 감염

  • 2020.06.01(월) 09:59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배송서비스 덕분
쿠팡 집단감염 따른 배송기사 혐오는 안될 말

코로나19로 재택시대가 열렸습니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죠. 이런 강력한 조치가 전국적으로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었던 건 잘 발달된 배송서비스 덕분입니다.

일반택배는 물론 당일·새벽배송까지 배송서비스는 수많은 언택트 소비자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던 대구지역의 경우 배송서비스가 아니었다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했을 정도입니다.

배송 물량이 많아지는 만큼 누군가는 큰돈을 법니다. 온라인 쇼핑몰들과 물류업체들은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습니다. 

실제로 쿠팡의 1분기 온라인 결제액은 4조84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보다 20%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쓱닷컴의 1분기 매출은 917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 늘었습니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 빅3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했습니다. 

▲ 한 아파트 입구에 쿠팡 직원 출입 금지를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있다.

기업들의 성장은 소비자와 회사가 만나는 최전선, 바로 배송기사들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 배송기사들은 배송 물량이 크게 늘면서 제대로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자정이 다된 시각에 배송트럭이 아파트와 골목을 누비며 물건을 배달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안타까운 상황이 많습니다. 경기도 용인에서는 한 택배기사가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복싱선수 출신이라는 이 입주민은 택배기사가 마스크를 안했다는 이유로 주먹을 날려 코뼈까지 부러트렸습니다. 폭행 다음 날에도 이 택배기사는 배송을 나갔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쿠팡 물류센터에선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혐오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 타깃은 배송기사들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불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 지사는 28일 집담감염이 발생한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 제2공장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상품이 아니라 코로나19를 배달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섬찟한 발언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서구권의 아시아인 혐오가 연상될 정도입니다.

쿠팡 본사의 대응도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집단감염 발생 닷새 만에야 안내문을 냈습니다. '송구합니다'라는 표현은 있지만 사과문이 아니라 안내문입니다. 안내문을 본 소비자들은 아예 '안티'로 돌아서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쿠팡과 비슷한 시기 물류센터에서 감염자가 나온 마켓컬리와의 비교도 피할 수 없습니다. 마켓컬리는 감염자 발생 첫날 대표 자필이 들어간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감염 상황과 방역 진행, 향후 조치 등을 안내하고 '사과드린다'라는 표현도 두 번 썼습니다.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쿠팡 배달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택배를 통한 감염 위험은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많이 발표됐습니다. 운송 과정은 바이러스에 혹독합니다. 바이러스가 살아남으려면 적당한 기온과 습도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손만 잘 씻어도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바이러스의 생존력이 높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바이러스보다 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건 혐오입니다. 아직 쿠팡 배송을 통해 코로나19가 감염된 사례는 없습니다. 하지만 혐오는 착실하게 배달된 듯합니다. 이 지사의 발언 직후 몇몇 아파트는 쿠팡 배송기사의 출입을 막아섰습니다. 쿠팡에서 물건을 배달시키지 말라고 공지한 아파트도 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싸우면서 격려와 칭찬을 받던 배송기사들이 한순간에 공공의 적이 된 겁니다.

공개된 동선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첫 확진자는 셔틀버스를 타고 오후 4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2시에야 퇴근했습니다. 물류센터 감염자 대부분이 모두 잠든 시간대에 일하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한 쿠팡 배송기사는 온라인에 "때론 너무 힘들어 울면서 배송했고, 끼고 자도 될 만큼 마스크와 장갑은 피부가 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의 언택트 생활은 이분들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코로나19의 극복도 중요하지만 이유 없는 혐오는 우리가 막아야 할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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