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대부분 어려운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전개하고 있다. 이 중 드물지만 조인트벤처(합작법인)를 통한 공동 개발,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조인트벤처를 통한 신약 개발은 기술수출 보다 절차 및 관계가 복잡하지만 해외 임상‧허가 등에 유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조인트벤처 ‘아피셀테라퓨틱스’를 통해 8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아피셀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월 대웅제약과 영국 아박타사가 기능강화 줄기세포 연구 및 관련 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대웅제약과 아박타, 아피셀테라퓨틱스는 3자 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대웅제약의 줄기세포 기술 ‘DW-MSC’과 아박타의 아피머(Affimer)* 기술을 융합해 아피셀테라퓨틱스에서 면역질환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아피셀테라퓨틱스는 개발중인 치료제의 전임상 시험을 조기에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피머 기술: ‘스테핀(Stefin) A’라는 체내 자연 발생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단백질 치료제 플랫폼.
동아에스티도 지난 2019년 40억 원을 투자해 비케이탑스(구 동양네트웍스)의 바이오 전문 자회사 티와이바이오와 조인트벤처인 티와이레드(현 레드엔비아)를 설립한 한 바 있다. 레드엔비아는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당뇨병치료제 슈가논에 기술 이전한 서울아산병원의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 치료제 용도특허를 이용해 대동맥판막석회화증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은 대동맥판막이 노화현상 일환으로 석회화가 진행되면서 판막이 좁아져 심장에서 전신으로 혈액이 이동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이다. 아직까지 개발된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 치료제는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시술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임상2‧3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달 일본 후생노동성에 무릎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EVA-001)’의 제3상 임상시험계획 승인(Clinical Trial Notification)을 신청했다. 앞서 메디포스트가 일본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의 바이오기업 VICX테라뷰틱스와 조인트벤처 ‘에바스템’을 설립한 건 지난 2016년이었다.
일본은 첨단의약품 관련 규제완화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이 일찍 발달했다. 메디포스트는 50대 50 지분으로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지 5년 만에 일본에서 ‘투트랙 R&D 전략’으로 임상을 진행, 일본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바람이 불면서 기술수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조인트벤처는 활성화돼 있지 않다. 합작투자로 이뤄지는 조인트벤처는 출자 지분비율, 합작사 운영 및 경영관여, 의사결정 책임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어서다.
신약 개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앞서 대웅제약, 메디포스트, 동아에스티 등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조인트벤처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 전략인 셈이다. 합작 투자로 이뤄지는 만큼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기술공유를 통해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해외 진출에 있어 경험과 현지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기업들의 경우 해외 기업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임상‧허가 등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외국 기업들의 법인설립이 제한돼 있어 조인트벤처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이에 업계는 향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조인트벤처 설립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에 있어 필수적인 임상이나 허가단계에 로컬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제약바이오기업 중 복잡한 계약 문제로 난항을 겪은 곳들이 있지만 점차 경험이 쌓이면 조인트벤처를 통해 해외 진출이 더 활기를 띌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