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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뗐다 붙였다’…분할 자회사 합병 이유는

  • 2021.02.04(목) 09:23

삼양홀딩스‧동아에스티‧셀트리온 등 자회사 합병
경영 효율성 제고 및 자금조달 안전성 확보 차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을 위해 관련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경우가 많다. 신약 개발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할하면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자금 조달이 용이해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독립시켰던 자회사를 다시 합병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주사의 재원 투자로 재무구조 개선을 모색하거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양홀딩스는 물적분할했던 삼양바이오팜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삼양홀딩스가 지난 2011년 의약 사업부문을 삼양바이오팜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지 10년만이다. 삼양바이오팜의 주요 품목은 제넥솔·페메드에스 등 항암제와 니코스탑·류마스탑 등이 대표적이다. 삼양홀딩스는 이번 합병으로 신약개발과 글로벌 신사업 등 향후 중장기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글로벌 시장공략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도 지난 2018년 대사질환 의약품 개발 가속화를 위해 출자한 자회사 ‘큐오라클’을 합병했다. 당시 동아에스티는 “큐오라클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대한 임상비용 투자 등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LG그룹은 지난 2002년 생명과학사업부문을 분할해 출범시켰던 LG생명과학을 14년 만인 2017년 LG화학으로 흡수합병했다. LG그룹 차원에서 의약품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셀트리온그룹 역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생산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통 및 판매를, 셀트리온제약은 화학 합성의약품(케미칼) 사업을 각각 맡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해 합병 계획을 밝히고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다. 3사 합병을 위한 준비단계로 올해 말까지 셀트리온홀딩스와 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을 우선 추진 중이다. 셀트리온그룹은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하게 되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지배구조도 강화될 수 있다. 그동안 일자리 규제 대상으로 도마에 올랐던 일감 몰아주기에서도 자유로워진다.[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셀트리온 3형제' 합병에 담긴 의미]

결은 조금 다르지만 에이치엘비도 지난해 자회사 LSKB 흡수합병했다. LSKB는 지난 2005년 미국에 설립돼 '리보세라닙'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였다. 에이치엘비는 2009년 LSKB 투자를 시작으로 2015년 주식 스왑을 통해 최대주주가 됐다. 에이치엘비의 자회사 LSKB 합병은 리보세라닙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대세는 신약 개발 등 특정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물적분할하는 것이다. 지난해만도 코오롱생명과학, 헬릭스미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다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관련 사업부문을 분할했다. 휴온스 역시 지난달 휴온스바이오파마를 신설해 보툴리눔톡신 사업부를 물적분할했다. 이처럼 사업부를 독립법인으로 분리하면 해당 사업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 IPO를 통해 신약 개발 관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난해 IPO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던 SK바이오팜도 SK가 2011년 신약개발 사업부를 독립시킨 자회사다.

그렇다면 삼양홀딩스, 셀트리온그룹, 동아에스티 등이 애써 분할했던 자회사를 다시 흡수합병하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자회사나 계열사 흡수합병은 경영악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분할했던 자회사의 재무구조가 불안할 경우 합병을 통해 지주사에서 재원을 지원하기가 수월해진다.

동아에스티의 큐오라클이 이 경우에 속한다. 큐오라클은 신약 후보물질의 전임상·임상 등 개발만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다. 수익 없이 지속적으로 재원을 지출한다는 이야기다. 동아에스티는 큐오라클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자본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합병을 결정했다. 다만 신약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인 만큼 무조건 부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면 삼양바이오팜과 셀트리온 3사의 경우를 보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결국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또 지주사로 흡수합병할 경우 기업 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고 의사결정 구조도 단순해진다. 특히 셀트리온의 경우 합병 시 시가총액 50조 원을 넘는 초대형 제약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타 산업계는 지주사가 물적분할했던 자회사를 재흡수할 경우 부정적인 측면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며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약 개발 특성상 지주사를 통한 자금조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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