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 지난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이 증가한 기업 대부분은 기존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을 지속하거나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주력했다.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보다 신약 연구개발의 지속성과 확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에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은 한미약품이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1조 758억 원 중에 21%인 2261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3.6% 늘어난 수치다.
한미약품은 대사성질환 8개, 항암 12개, 희귀질환 5개, 기타 질환 3개 등 총 28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에스오메프라졸’ 이중방출 서방형 제제에 대한 임상3상을 마쳤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SH) 치료제 ‘HM15211’는 최근 임상을 통해 탁월한 지방간 감소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밖에 지속형 신규 G-CSF 유도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는 국내 및 글로벌 임상 3상,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D-이부프로펜 구강 현탁액’과 고혈압 및 협심증 치료제 ‘암로디핀 베실레이트로’는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전년 대비 6.1% 줄었다. 하지만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율은 20.8%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800억 원 가량 늘었지만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매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비율이 감소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 임상개발에 집중하면서도 다수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힘썼다. 지난해 임상2상을 마치고 조건부허가를 받은 ‘렉키로나주’는 올해부터 글로벌 임상 3상 준비에 나선다.
아울러 미국에서 램시마 SC(피하주사)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 ▲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 ▲ 천식 치료제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 ▲ 건선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 ▲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1 등의 임상시험도 한창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 1조554억 원 중 15.3%인 1445억 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신약 12개, 개량신약 및 제네릭 3개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2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1‧2상을 각각 진행하는 등 전년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1.3% 늘었다.
일동제약의 경우 지난 해 매출액은 1조 원에 못 미치지만 연구개발에는 매출액의 14%를 투자했다. 일동제약의 파이프라인은 바이오 신약 2개, 합성 신약 5개, 건강기능식품 2개 등이다. 대부분 2019년 이전에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독성연구 등 비임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유한양행은 연구개발비가 대폭 늘어나면서 매출 대비 투자비율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전년 대비 약 900억 원을 연구개발에 더 투자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몇 년 사이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기술수출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제품명)’를 국산 신약 31호로 조건부 허가받는데 성공했다.
삼진제약과 동아에스티도 각각 매출액의 13.2%와 13%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삼진제약은 합성 신약 11개, 개량신약 5개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며 이 중 3개는 지난해 연구를 시작했다. 동아에스티는 바이오시밀러 5개, 합성신약 6개, 개량신약 2개, 제네릭 1개, 천연물 신약 2개 등 다양한 분야를 고루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나선 종근당, GC녹십자, JW중외제약 등도 매출액 대비 높은 연구개발 투자율을 기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장기추적조사 등으로 인한 비용 지출 부담으로 연구개발 투자는 다소 줄었다.
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업종 특성상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로 연구개발 투자가 늘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 중인 곳은 셀트리온과 대웅제약, 종근당, GC녹십자, JW중외제약 등 5곳이다. 이들 중 3곳은 전년 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율이 감소했다.
반면 한미약품, 일동제약, 유한양행 등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늘어난 대부분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기존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거나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등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발전과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를 지속 및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