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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엔 진간장?…알쏭달쏭 '간장' 구별법

  • 2021.09.05(일) 10:00

[食스토리]복잡한 간장의 세계
국·양조·진간장 등 다양…용도 달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보면 어느 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이리 나와봐. 내가 할게!"

저처럼 요리 초보라면 이해하실 겁니다. 요리할 때 누군가 옆에 서 있으면 참 부담스럽습니다. 게다가 요리 좀 해봤다는 분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몇 분 뒤면 이런 질책을 들을 게 뻔하거든요. "아휴 답답해, 그냥 내가 할게"라고요. 

한 지인은 얼마 전 미역국을 끓이다가 배우자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고 합니다. 간을 맞추려면 국간장을 넣었어야 했는데, 진간장을 넣었다네요. 이러면 국물색은 진해지지만, 맛은 싱거워집니다. 미역국이 그렇다면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요리 초보인 지인은 아마도 주방에서 당분간 물러나야 했을 겁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집밥을 먹는 횟수가 확연히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요린이'들이 주방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요리 그까짓 것 뭐' 하면서 자신 있게 나설지 모릅니다. 하지만 곧 난관에 빠집니다. 이 통에 든 하얀 가루는 과연 설탕인가 소금인가, 아니면 미원인가. 참기름과 들기름을 구별하는 것도 참 어렵습니다. 진간장과 국간장의 차이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그중에서도 간장은 참 오묘하면서 복잡한 조미료입니다. 요리를 하기 전에 간장은 그냥 간장일 뿐입니다. 하지만 요리를 시작하면 달라집니다. 대형마트나 슈퍼에 가서 보면 여러 간장 브랜드가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들어본 샘표를 선택해야 할까요. 아니면 대상 청정원, 혹은 신송식품 제품을 골라야 할까요. 쉽지 않습니다.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간장 제품들. /사진=나원식 기자.

브랜드를 선택하더라도 끝난 게 아닙니다. 진간장과 국간장, 양조간장, 맛간장, 어간장 등 각기 다른 간장들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간장은 국에 넣는 것 같은데 양조간장과 진간장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간장의 종류를 구분하는 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납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요리를 시작할 때 궁금해하는 부분이어서 입니다. 요즘 늘고 있는 요린이들을 위해 다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국간장입니다. 국간장은 한식간장, 조선간장, 집간장 등으로 불립니다. 시중에서는 주로 국간장, 조선간장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습니다. 한식, 조선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간장입니다. 메주를 주원료로 만듭니다. 

국간장의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됩니다. 색이 옅은데, 염도는 높습니다. 안 짤 것 같은데 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국물 요리에 많이 쓰입니다. 국의 색을 해치지 않고 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름은 '국'간장이지만 국에만 쓰는 건 아닙니다. 나물 무침에도 쓰입니다. 즉 국간장은 '간'을 맞추는데 쓰인다는 사실만 기억하시면 될 듯 합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양조간장은 콩과 밀을 발효해 만든 간장입니다. 개화기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왜간장'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맛과 향이 풍부하고 '단맛'이 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 자체로 맛이 좋아 소스로 많이 이용됩니다. 회나 부침요리를 먹을 때 찍어먹는 간장이 바로 양조간장입니다. 또 샐러드를 만들 때 써도 좋습니다.

진간장은 주로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이라는 걸 섞어 만듭니다. '혼합간장'으로 분류됩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진간장은 '진장'이라고도 불렸는데요. 일반 조선간장(국간장)보다 더욱 오랜 기간 발효한 '진한' 간장을 지칭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중에서 판매하는 진간장은 다릅니다. 주로 혼합간장을 일컫습니다. 간장은 보통 열을 가하면 맛이 변하는데요. 진간장은 맛이 잘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림이나 볶음류 등에 많이 쓰입니다.

이 밖에 맛간장은 과일이나 채소를 첨가해 만든 건데요. 다른 간장보다 감칠맛이 높아 국이나 조림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간장은 생선으로 만든 간장입니다. 진한 맛과 향이 특징입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양조간장과 마찬가지로 회나 부침요리를 찍어 먹기도 하고요. 양념육 소스로도 쓰입니다.

요리 초보자라면 이 정도만 알아도 될 듯합니다. 사실 국간장과 진간장, 양조간장 정도만 갖추고 있어도 대부분 요리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뭐든 '제대로' 알고 시작하려는 분들도 계시죠. 이분들은 각 간장 제품을 조금 더 꼼꼼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품 라벨에 적힌 '식품의 유형'과 '원재료명'에 더욱 정확한 정보가 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많은 이들이 간장 종류 구분을 어려워하는 건 당연합니다. 간장 제조사들이 제각각 다른 기준으로 이름을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혼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꼭 라벨을 봐야 합니다.

일단 '국간장'을 볼까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국간장의 라벨을 보면 '식품의 유형'이 제각각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한식간장'으로 돼 있어야 할텐데요.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제품은 혼합간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을 섞은 제품인데, 이름만 '국간장'을 쓰는 겁니다.

진간장은 '혼합간장'이라고 설명했죠. 하지만 어떤 제조사는 양조간장만으로 만든 제품을 '진간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 라벨에 '양조 100%'라고 크게 써놨습니다. 

샘표의 양조간장에는 501, 701이라는 암호 같은 숫자가 쓰여있기도 합니다. 이 숫자는 질소 함량을 의미하는데요. 숫자가 높을수록 감칠맛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더 깊고 풍부한 맛이 납니다. 701이 502보다 더 고급 제품인 셈입니다. 그런데 사실 501, 701은 각각 1.5, 1.7을 거꾸로 써서 만든 이름입니다. 질소 함량이 1.5%, 1.7%라는 의미입니다. 다른 간장 제품에도 라벨에 질소 함량이 적혀 있습니다.   

유튜브 '승우아빠' 채널 화면 캡처.

이렇게 알아보니 더 헷갈리시나요. 국간장은 조선간장 혹은 한식간장이라고 해놓고 아닌 경우가 있죠. 진간장은 혼합간장이라더니, 역시 아닌 제품이 있고요. 너무 어렵다면 그냥 한 가지 간장만 쓰셔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한 가지 종류의 간장만 두고 요리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한 요리사 출신의 유명 유튜버가 간장 구분법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그 역시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취향에 따라 간장을 골라도 된다고요. 저렴한 간장을 하나만 사서 그것만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간장 잘 못 넣었다고 '나와봐, 내가 할게'라며 질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요리 초보'들은 혼날수록 주눅이 듭니다. 다소 맛이 없더라도 요리가 즐거워야 식사도 즐거워집니다. 

*[食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콘텐츠입니다. 평소 음식과 식품, 약에 대해 궁금하셨던 내용들을 알려주시면 그 중 기사로 채택된 분께는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기사 아래 댓글이나 해당 기자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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