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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자판기에서 금 한 돈이 '뚝딱'…'플렉스'하러 가봤다

  • 2022.10.10(월) 08:40

GS25 편의점에 등장한 금 자판기
기존 브로슈어 판매 한계 넘어서
목표는 '생활 복합 플랫폼' 변신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금 사러 왔는데..", "자판기에 있어요"

지난 7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의 GS25 역삼홍인점. 매장 직원에게 금을 사러 왔다고 물으니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직원의 말처럼 매장 한켠에는 황금빛의 금 자판기가 자리했다. 물건을 고르던 손님들도 신기한 듯 금 자판기를 한 번씩 눌러보고 갔다. 매장 직원은 "적어도 하루에 2~3명의 고객이 금을 구매해 가고 있다"며 "최근 조금씩 입소문을 타는 것 같다. 종종 품절도 된다"고 말했다.

금 나와라 '뚝딱'

직접 자판기 금을 구매해 '플렉스' 해보기로 했다. 금은 금은방이나 은행을 통해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말 자판기로 금을 살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자판기에 카드를 밀어 넣었다. 구매 과정은 음료수를 뽑는 것처럼 간단했다. 판매 중인 금은 총 1돈, 3돈, 5돈, 10돈 네 종류다. 기자는 가장 싼 1돈을 선택했다. 할부 여부를 묻는 창도 나타났다. 이후 카드를 투입하고 서명을 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이윽고 '덜컹' 소리와 함께 금 하나가 상품 출구에 떨어졌다. 골드바를 손에 쥐니 '금 나와라 뚝딱'이 이런 건가 싶었다. 골드바는 작은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나온다. 뒷면에는 제품 보증서도 함께 들어있다. 가격은 그때그때 마다 다르다. 금 시세 때문이다. 자판기 앞에는 미국, 중국 등 국제 금 시세 현황이 나와 있다. 자판기는 매일 오전 국제 금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자동으로 바꾼다. 이날 가격은 1돈(35만원), 3돈(104만원), 5돈(172만원), 10돈(343만원)이었다. 

손님들도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한 손님은 "금은 아무래도 고가다 보니 쉽게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편의점에서 금을 판다고 하니 놀랐다"고 했다. 또 다른 손님은 "들러서 금 시세를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며 "가격이 낮다면 3돈 5돈 정도로 구매해 볼 생각이다. 금을 구입하는 사람도 앞으로 늘 것 같다"고 예상했다. 

왜 '자판기'였나

사실 편의점의 금 판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편의점 업계는 명절 등 시기에 금을 이벤트 상품으로 선보여 왔다. 선물 수요를 노린 전략이었다. 여기에 뜻밖의 재테크 수요도 따랐다. 덕분에 성과가 쏠쏠했다. 실제로 GS25는 지난해 설 황금 소 코인 3돈, 5돈, 10돈 상품을 출시했다. 3일 만에 총 5000돈(약 16억원어치)이 모두 완판됐다. 상품성이 충분히 엿보였다는 얘기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다만 당시 판매는 브로슈어 판매였다. 고객이 책자를 보고 매장에서 결제하면 나중에 상품을 보내주는 식이었다. 도난, 분실 등의 우려 때문이었다. 매장에 고가의 금을 비치해 두는 것은 큰 부담이다. 금 시세를 즉각 즉각 반영하기도 어려웠다. 자판기는 이를 해결할 방안이었던 셈이다. 금 자판기는 상품 판매와 별개로 운영된다. 일종의 현금자동인출기(ATM)기와 비슷한 역할이다. 이를 두고 편의점의 금 판매가 앞으로 보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금 자판기는 GS리테일 본사 직영매장 5곳에 설치 돼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한 달 간 테스트 운영을 통해 판매 추이와 고객 반응을 볼 계획"이라며 "향후 100여 점포까지 금 자판기를 늘리게 되면 소비자의 금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카드뿐 아니라 각종 페이도 사용 가능해 결제 편의성도 높였다"고 덧붙였다.

금에 꽂힌 이유

편의점과 금의 시너지는 충분히 날 수 있다. 금의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재테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금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금의 판매 채널은 금은방과 은행 등으로 많지 않다. 편의점은 이 점을 파고들 수 있다. 근접성을 활용해 주요 판매 채널로 등극할 수 있다. 현실화한다면 금 판매로 얻는 수수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현재 편의점은 다양한 서비스 실험에 나서고 있다. 일반 상품만 팔아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특히 배달앱의 퀵커머스(즉시 배송 서비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소량·소액 상품마저도 배달을 시키는 시대가 도래한지 오래다. 퀵커머스는 편의점의 최고 강점인 근접성을 무력화하고 있다. 게다가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은 채널이다. 소매만으로는 더이상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애기다. 편의점이 계속해서 추가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이유다. 

금 자판기도 이런 일환이다. 소매 이외의 편의점으로 고객을 오게 만들 '집객' 수단이 필요하다. 편의점의 최종 목표는 '생활 복합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데 있다.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밀착 공간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얼마전 이마트24에는 전기 바이크 배터리 교환 시설이 들어섰다. GS25는 지난해부터 은행과 손잡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혁신 점포를 늘리고 중이다. 이 모든 것이 편의점의 '생활 복합 플랫폼' 도약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그동안 편의점에서의 귀금속류 판매는 브로슈어 주문 판매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이번 금 자판기는 그동안의 제약 사항을 해결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최근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고 안전 자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 자판기는 이런 트렌드 변화를 반영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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