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편의점, 기업 유튜브 편견 깼다…'골드버튼·1억뷰'의 비밀

  • 2022.09.06(화) 06:50

CU 업계 최초 누적 1억뷰 돌파
웹드라마 '편의점 고인물' 인기
GS25는 100만 구독자 '골드버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편의점 업계가 기업 유튜브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기존 기업 유튜브는 '신제품 홍보나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는 이를 예능형 콘텐츠나 웹드라마, 콘서트를 자체 제작하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했다. 편의점의 주 고객층인 1020세대가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보면서 편의점이 만든 자체 콘텐츠를 찾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기업 유튜브는 왜 '노잼'일까?

그간 기업들은 구독을 인증하거나 댓글을 달면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식의 이벤트를 열어 구독자를 모집했다. 실제로 기업 유튜브 중에는 구독자 수 대비 영상 조회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는 없지만 이벤트를 통해 구독자만 확보한 셈이다. 구독 인증을 통해 상품을 받은 뒤 구독을 해지하는 유튜브식 '체리피커'도 많다.

이는 기업들이 유튜브 운영에서도 가시적인 실적 거두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수익 창출을 위해 유튜브를 운영하는 만큼 당장 구독자나 조회수를 확실하게 늘릴 수 있는 이벤트를 연다. 영상 역시 CF나 PPL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 탓에 제품 중심·브랜드 중심 영상들이 많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유튜브라는 공간을 단순히 수익 창출의 도구로만 여겼던 탓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것도 이런 현상을 불러온 이유다. 유튜브는 '누가' 만드느냐보다 '무엇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플랫폼이다. 특정 콘텐츠가 재미있더라도 그 계정의 다른 콘텐츠들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쉽게 '구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인기 유튜버들이 콘텐츠 종류에 따라 여러 개의 계정을 운영하는 이유다. 

반면 편의점업계는 달랐다. 이미 미디어와의 결합을 통한 간접 마케팅 효과를 확인했다. BGF리테일이 지난 2019년부터 제작 지원한 음식 예능 '편스토랑'이 대표적이다. 편스토랑은 연예인들이 직접 창작 요리를 만들어 대결을 펼치고 우승자의 메뉴를 실제로 출시한다. 방송에서 우승한 상품을 다음 날부터 CU에서 구매할 수 있다. 대부분의 메뉴가 출시 직후 품절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20년 GS리테일이 SBS와 손잡고 선보인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역시 김유정과 지창욱이라는 스타 캐스팅으로 이슈몰이를 했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선보이며 자연스러운 브랜드 노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GS리테일은 아예 그동안 BGF리테일이 진행해온 '편스토랑' 제작 지원을 맡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TV 드라마와 예능으로 브랜드 알리기에 성공한 편의점들은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한 홍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보고 나서야 알았다…CU인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편의점 유튜브 콘텐츠들은 '재미'에 집중했다. 시청자들이 영상을 끝까지 보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영상을 다 보고 난 뒤 브랜드가 각인되지 않아도 괜찮다. 다음 영상을 또 보면 '성공'이다. 지속적으로 영상이 노출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 빠르지만 휘발성 높은 마케팅에서 '느리지만 확실한 마케팅'으로 전략을 바꿨다. 

CU의 'CU튜브'가 대표적이다. CU튜브는 현재 구독자 82만명, 총 조회수 1억2000만회를 돌파한 인기 유튜브다. 최근 CU튜브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건 웹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이 겪는 소소한 일상을 각 편당 1분 남짓한 길이의 쇼츠 영상으로 선보였다. 각 편당 150만~4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CU튜브의 간판 콘텐츠로 떠올랐다.

CU튜브의 '편의점 고인물'. /사진제공=BGF리테일

CU도 이전에는 신제품을 소개하는 '이달의신상', CU상품을 만드는 제조과정을 소개하는 '씨유타임즈' 등 기존의 기업 유튜브들이 할 법한 기획들을 주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올 봄 이후 1020세대의 유튜브 사용 패턴에 맞는 신규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성공적인 개편을 이뤄냈다.

월 단위로 신제품을 소개하던 '이달의신상' 코너 대신 주간 단위로 쪼갠 '신상왔CU'를 지난해 말부터 운영 중이다. 편당 시간도 4~10분 이내로 끊어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1020세대의 취향에 맞췄다.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8700만회를 기록한 편의점 고인물은 CU의 방향성이 들어맞았다는 방증이다.

골드버튼 받으신 분…GS25 '이리오너라'

편의점 라이벌 GS25는 초창기부터 CU와 치열한 구독자 경쟁을 펼쳤다. 지난 2020년에는 누가 먼저 실버 버튼(유튜브 구독자 10만명)을 받았는지를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CU가 2020년 4월 7일 업계 최초로 유튜브 실버 버튼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GS25는 이보다 먼저 실버 버튼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GS25가 실버 버튼 관련 홍보를 하지 않아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CU의 편의점 고인물이 '대박'을 내며 앞서가고 있지만 GS25 역시 다양한 웹예능형 콘텐츠를 통해 CU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전체 조회수는 8321만회로 아직 1억뷰를 돌파한 CU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구독자는 20만명 이상 앞선다. 지난달에는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골드 버튼'을 받았다. 

GS리테일의 유튜브 '이리오너라'에 출연한 가수 박재범./사진제공=GS리테일

GS25는 현재 이용진·슬리피·미키광수 등이 출연하는 '못배운놈들', 딘딘과 지선이 출연하는 페이크 리얼리티 PPL 예능 '갓생기획'을 시즌제로 운영해 각각 1700만회, 65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못배운놈들은 벌써 시즌 5까지 진행되며 '장수 프로그램'으로 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제페토를 통해 드라마 '나의 아름다운 세상은'을 제작해 1화를 선보였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재미있는 예능형 콘텐츠를 기획하고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찾아 들어오는 구독자 수를 잡고자하는 것이 채널 운영 전략"이라며 "앞으로 고객들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채널 방문률을 늘리고 '찐팬'을 천천히 늘려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