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을 중심으로 '소금 사재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염전 면적 감소, 기상 악화로 천일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임박' 이슈까지 더해져 시장 불안이 커진 탓이다. 다만 대형마트 등 업계는 이를 과도한 우려라고 보고 있다. 물량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있고, 소금의 종류가 천일염만 있는 게 아니라서다.
급증한 소금 판매량
19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소금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5.6% 늘었다. 특히 천일염 매출이 11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에서도 소금 매출이 118.5% 뛰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주 전부터 천일염 등 소금 판매가 급증했다"며 "소금 수요가 늘어나는 김장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에서도 소금 판매가 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소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61% 증가했다. 쓱닷컴에서도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소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배(500%)나 뛰었다.
천일염의 도매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문 도매 쇼핑몰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 20㎏ 1만7000~2만원 수준이던 천일염이 이달 초 6만원대로 올랐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임박 등 뉴스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지난 12일 이후부터는 8만원을 넘긴 곳도 종종 눈에 띄고 있다.
왜 판매 급증했나
소금 판매 급증은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1차 적인 원인은 천일염의 작황 악화다. 지난 4~5월 천일염 최대 생산지인 목포 인근 지역에 22일(평년 15.6일) 동안 비가 내려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장마철까지 다가오면서 생산자들은 출하를 유보하기 시작했고, 도매로 나오는 천일염 물량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도매상들은 천일염 물량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도매가가 더 오르기 전 사전 매입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일각에서 이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이슈에 따른 소금 매입으로 해석하면서 소비 시장 불안감이 조성됐다. 이후 개인 소비자들이 여기에 영향을 받으면서 전반적인 소금 판매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염전 면적이 태양광 사업 등으로 감소하는 와중에 기상 악화까지 겹쳐 천일염 가격이 크게 뛰었다"며 "도매상들과 가공식품 업체들은 과거 밀가루 가격이 오를 때처럼 가격 인상을 우려해 선수요 반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불안도 도매가 인상을 이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재기 과도한 우려
다만 업계는 지금의 소금 사재기 우려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 비축분이 충분해 물량 공급에 무리가 없어서다. 소금은 유통기한이 없다. 10년을 보관해도 될만큼 저장성이 좋다. 특히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소금의 개인 직거래 비율은 전체 거래 7~8% 수준이다. 개인 소비가 전체 공급에 영향을 미칠 만큼 비중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가격 상승 우려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격 상승을 이끄는 것은 천일염이다. 천일염은 염전에서 햇볕과 바람에 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소금이다. 사실 소비자가 주로 먹는 소금은 정제염, 재제염 등 '가공 소금'이다. 실제로 이마트의 소금 매출 비중은 천일염 18%, 일반소금 17%, 가공소금 65%로 가공 소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이슈 여파가 지속될 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실제로 관련 언론 보도가 늘어난 직후 마트 일부 점포에서 소금 매대가 비는 등 사재기 조짐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구매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사재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소금 물량을 평소 대비 3~4배 이상 늘려 입점시키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마스크, 위스키처럼 언제 물량이 들어올지 모르고 물량이 들어와도 극소수가 들어와 고객들이 줄을 서는 정도가 되면 품절 대란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재는 물량도 안정적이고 전 점포가 품절 상황도 아니다"라며 "소금 사재기는 과도한 우려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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