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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천일염 많은데?" 동났다는 소금, 직접 사봤습니다

  • 2023.06.22(목) 07:40

소금 사러 '마트·슈퍼·시장' 가봤더니
천일염 등 소금 어렵지 않게 구매 
늘어나는 생산량…되려 '폭락' 우려도 

기자가 직접 구매한 천일염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지난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등촌역 인근의 한 할인마트. 조미료 매대에는 각종 소금이 충분히 진열돼 있었다. 최근 구하기 힘들다고 알려진 천일염도 넉넉했다. 인근 재래시장 목동 깨비시장에서도 천일염 등 소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상회 점원 A씨는 "한 포대 20㎏ 가격은 4만5000원, 1㎏ 가격은 4000원"이라며 "가격이 좀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 팔 만큼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금 사재기' 우려가 잇따랐지만 현실은 달랐다. 마음만 먹으면 천일염 등 소금 구입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기자는 서울시 강서구를 중심으로 두 곳의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 여섯 개의 일반 마트·슈퍼, 한 곳의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천일염 기준 대형마트 한 곳을 제외하면 마트·슈퍼·재래시장에서는 모두 천일염을 팔았다. 과거 구입조차 어려웠던 '마스크'와 '요소수' 대란 당시와는 차이가 있었다. 

'천일염'을 찾아서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이마트 에브리데이 가양역점이었다. 매장의 소금 매대 군데군데가 비어있었지만 최근 물건이 들어온 탓인지 아직 여러 천일염 제품이 남아있었다. 이곳에서 '청정원' 천일염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품절이었지만 최근 공급이 늘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평소대비 3~4배의 물량을 늘려 일 단위로 입점시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인근 홈플러스 가양역점은 아직 천일염 품절 표시가 붙어있었다. 그럼에도 정제염, 재제염 등 기타 '가공 소금'은 매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사실 일반 소비자가 주로 찾는 소금은 염전에서 만드는 천일염이 아닌 가공 소금이다. 지난해 기준 이마트의 소금 매출 비중은 천일염 18%, 일반소금 17%, 가공소금 65%로 가공 소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소금 대란'은 '천일염 대란'인 셈이다. 

일반 중소형 슈퍼나 마트, 재래시장에는 천일염이 즐비했다. 가양역과 증미역 인근 마트와 재래시장을 돌며 1.5㎏, 3㎏ 천일염을 두 개나 더 구매했다. 깨비시장의 한 조미료 상점에선 천일염 20㎏ 포대가 적어도 10개 이상 매대에 쌓여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A씨는 "뉴스에서 계속 '소금 품귀', '사재기'라고 해서 소금을 사러 들러봤다"며 "가격은 좀 비싸도 해도 소금이 없어서 못살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과연 '사재기'인가
 
실제로 최근 언론에서는 연일 '천일염 품귀', '소금 사재기' 등이 보도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방류 전 소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가격 비교 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13일까지 온라인에서 판매된 소금 거래액은 전주 대비 817% 증가했다.

재래시장에서 팔고 있는 천일염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사재기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도매가 상승을 우려한 상인들의 소금 매입이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일반 소비자 다수가 나선 상황은 아니라서다. 과거 사재기가 있었던 마스크, 요소수 사태와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소비자들은 약국, 주유소에 줄을 늘어서며 마스크, 요소수를 구입했다. 반면 소금은 대체재가 많고 판매처가 넓다. 생산자 공급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다. 

현재 국내 천일염의 80%는 신안군에서 생산된다. 신안군에 따르면 현재 농협에 저장 중인 2021년, 2022년산 천일염만 해도 2만 톤이 넘는다. 올해 생산해 생산자 개인 창고에 보관 중인 천일염도 약 10만 톤 이상이다. 신안군 측은 "봄철 강우 일수 증가로 천일염 생산량이 평년 대비 감소했으나 이달부터 기상 여건이 양호하면서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며 "현재 하루 2000톤 이상을 생산 중"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가격 폭락 우려

오히려 앞으로 소금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7월은 그해 생산된 햇소금이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하는 달이다. 이후 김장철이 있는 12월까지 생산량이 급증한다. 실제로 신안군은 다음달 올해 생산된 햇소금 10만 톤을 출하할 계획이다. 앞으로 소금의 시장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반면 소금 수요는 급감할 수 있다. 소금은 유통기한이 없어 저장성이 높은 상품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구매가 빈번하지 않다. 최근 소금 10㎏을 구매했다면 최소 몇 년간은 소금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이는 정작 소금 수요가 높아야 할 김장철에 큰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최근 높아진 국내 소금 가격에 수입 소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국내 염전 농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소금 가격 상승세는 한 풀 꺾인 모양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1일 기준 전국 굵은소금(5㎏) 평균 소매가격은 1만4812원으로 전날(1만4330원) 대비 3.4% 오르는 데 그쳤다. 그동안 전국 소금 가격은 1개월 전 1만2500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 20일까지 매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여왔다. 이를 두고 앞으로 소금 가격 역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금은 수입산 등 대체재가 많은 상품"이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으로 소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걱정은 과도한 우려"라고 밝혔다. 이어 "이보다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들의 수산물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방류에 대한 철저한 감시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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