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오염수 포비아'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과도한 불안감'이라는 입장이지만, 소금 판매가 치솟는 등 소비 심리가 동요하고 있다. 업계는 방사능 검사 강화 등 불안 심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방사능 측정기 판매 '껑충'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염수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G마켓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방사능 측정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3%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 장비 외에 7~8만원대의 가정용 휴대 장비 판매가 유의미하게 늘고 있다"며 "오염수 방류 이슈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중에서는 천일염을 중심으로 소금이 동나고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 비교 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13일까지 온라인에서 판매된 소금 거래액은 전주 대비 817% 증가했다. 특히 천일염 20㎏의 평균 거래가격이 5만7840원으로 전월 평균 거래가격(3만1540원) 대비 83% 상승했다.
정부는 천일염 작황 악화를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여파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천일염의 가격 상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임박 등 뉴스가 쏟아져 나온 지난 12일부터 더 가팔라지는 추세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르면 이번 여름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체 수급품 찾아라"
이처럼 수산물 등 품목의 소비심리 타격이 예상되면서 국내 식품·식자재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앞서 업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부분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한 층 더 검사를 강화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올해 초부터 원재료와 가공 완제품에 대한 방사능 분석을 강화했다. 검사 항목을 2배 늘렸고, 분기별 1회 또는 연 1회였던 검사 주기 역시 매월 1회 또는 분기별 1회로 강화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참치 어종은 대부분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거리가 먼 남태평양 인도양 등에서 포획되어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면서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점을 고려해 검사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워홈 지난 4월 수산물 전 품목 대한 방사능 검사를 진행했다. 앞으로 검사 횟수를 늘리고 검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급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태 등 냉동 유통 어류 대한 비축분도 늘렸다. CJ프레시웨이도 랍스터, 대게, 새우, 훈제연어 등 대중성 어종은 북유럽과 원양산 수급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트 등장한 방사능 측정기
대형마트, 백화점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마트는 올해 1월부터 평시, 주의, 경계, 심각 총 4단계의 방사능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해 시행 중이다. 앞으로 단계별 샘플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연구소에서 분기별로 1회씩 진행하는 주요 포구 수산물 검사를 최근 주 4회로 늘렸다. 일별 확대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역시 하반기부터 안성·함안 등 자체 물류센터에서 방사능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부터 전 매장에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측정기를 도입하고 판매 제품을 전수 검사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도 점포별로 간이 방사능 측정기를 구비하고 식품연구소의 고성능 방사능 측정기를 활용해 안전 검사를 강화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대서양, 지중해로 수산물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오염수 영향이 적은 민물고기와갑각류를 신규 상품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업계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못하면 수산물 포비아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실제로 최근 제주연구원이 진행한 국민 1000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수산물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등 타격이 컸다"며 "오염수 방류가 이뤄진다면 그 이상의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우리 해역은 안전하다는 점을 검증하고,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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