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사측과 노동조합이 15개월간의 조율 끝에 임금·단체협상을 체결했다. 회사 설립 후 69년간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던 CJ제일제당이 노조 설립 후 처음으로 노사 임금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극적 타결한 내용은
24일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련 CJ제일제당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3일 CJ제일제당은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체결했다. 지난해 4월부터 60여차례의 단체교섭을 거친 끝에 협상이 타결됐다.
노조의 연봉인상률은 비노조원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합의됐다. 앞서 사측은 고정액 100만원과 신입사원 기준 평균 7.1% 수준의 연봉인상률을 제시했었다. CJ제일제당은 성과연봉제를 운영하고 있어 직원별 급여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2023년도 임금인상률 9.1%를 시작으로 조정안을 제시해왔다.
회사는 노조원으로 확인한 직원을 대상으로 공제했던 임금 인상분을 지급하기로 했다.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제했던 임금도 이번 협상을 통해 재지급하기로 했다.
노조가 회사 측이 제시한 연봉인상률을 수용한 이유는 2023년도 임금 체결도 안된 상태에서 2024년도 임협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로 확인된 직원 중에는 임금이 오르지 않거나 인상분을 받았다가 회수한 이들도 있어서 2023년도 임금을 수용하자는 조합원들의 동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갈등 상황을 유지할 경우 내년에도 임금 인상분을 적용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사측은 그동안 '간접부서 조합원 전부와 생산직 조합원 50%가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협정근로자 관련 내용 등을 단체협약에 반영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노조는 조합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었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고 현재 분쟁 상황을 종료한 후 2024년도 임금에 집중하기 위해 사측 안을 수용했다"라며 "회사 설립 이래 70년 만에 첫 임단협 체결이 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측 입장에서도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부당노동행위 이슈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2024년도 임협을 진행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그동안 서로 성실하게 소통해왔고,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 최종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갈등 끝에 맺어진 매듭
이처럼 노사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다. 지난 5월, 노조는 사측이 노조원으로 확인된 직원들에게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라고 공지한 것에 대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당시 사측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금협상 체결 전 회사의 인상안을 적용하면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협 체결되면 조합원에게 인상된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통상 회사는 노조와 임협을 마치기 전까지는 전체 직원에게 비노조원과 동일한 조건의 임금인상률을 적용한다. 이후 임협을 마치면 협상안에 맞춰 소급 적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미리 노조원을 대상으로 인상분을 회수하는 건 비효율적인 작업이라는 게 노무사들의 의견이다. CJ제일제당이 노조원 여부를 가리기 위해 면담하고 파업에 동참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것도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노조는 사측이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한다는 이유로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지난 5월 충북 진천공장 조합원 중 4개부서(김치·피자·냉동밥·공무팀) 150여명이 순차적으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그러자 CJ제일제당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6월 급여에서 3~5월까지 지급된 2023년 임금 인상분을 공제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6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를 피신고인으로 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충북지노위 심판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노조가 제기한 12개 중 9개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판정에 대해 불복할 경우 중노위 재심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분쟁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판결문이 양측에 송달되기 전, 노사가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상황이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