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20주년을 맞은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중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제 2의 도약에 나선다. 코스맥스는 중국에서만 1000개가 넘는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세계 ODM 1위에 올랐지만 최근에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코스맥스는 올해 투자를 더욱 확대해 중국 시장 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20년의 투자
코스맥스가 중국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코스맥스는 그 해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세우면서 중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코스맥스가 중국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은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여기에 내수 화장품 시장도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스맥스는 중국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내수 화장품 시장과 로컬 브랜드가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 중국 진출을 결정했다.
코스맥스는 중국 진출 초기 상하이 임대 공장을 사용했다. 상하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 토지비용이 비싸지만 중국인들이 '메이드 인 상하이'를 좋아한다는 데 착안한 전략이다. 이와 함께 코스맥스는 한국의 '원 브랜드숍'의 성공사례를 접목시켜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2000년대 국내에서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등 원 브랜드숍이 폭발적으로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코스맥스가 이들의 든든한 생산기지 역할을 해 준 덕분이다. 이에 따라 코스맥스는 국내 원 브랜드숍처럼 중국 현지에 맞는 화장품 처방을 개발하고 현지 스타일의 영업 방식을 채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실제로 코스맥스는 2008년 자체 첫 현지 생산시설인 상하이 신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현지 고객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코스맥스는 중국 전역을 무대로 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을 두 개 지역으로 나누고 2010년 장강 이남 지역을 맡을 새로운 법인인 코스맥스광저우를 세우고 2013년부터 공장을 가동했다.
이후 2017년에는 상하이 2공장, 2019년에는 광저우 B공장 등 현지 생산시설을 빠르게 늘렸다. 지난해에는 중국 1위 화장품 기업 이센(逸仙電商)과 함께 조인트벤처(JV)를 설립, 연간 4억개 생산이 가능한 합작 공장도 완공했다. 현재 코스맥스가 보유한 중국 내 생산시설은 상하이 4곳, 광저우 3곳 등 총 7곳이다. 이 7개 공장에서는 연간 약 15억 개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 결과, 코스맥스의 중국 매출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8년까지 100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중국 매출은 2014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21년에는 6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코스맥스의 중국 내 고객사 수는 약 1030여 곳으로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현지 10대 뷰티 브랜드 중 8개가 코스맥스차이나의 고객사다.
투자 확대
코스맥스는 올해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코스맥스차이나 신사옥 건립이다. 코스맥스차이나 신사옥은 연구와 생산, 마케팅과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도록 기존 사옥과 생산시설을 통합한 공간이다.
이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중국 시장은 중앙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 수년간 한한령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맥스는 중국 현지화 전략으로 이런 어려움을 견뎌냈다. 코스맥스가 일찌감치 중국 1위 ODM 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데다, 중국 현지 브랜드를 위한 제품을 생산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적었던 덕분이다.
특히 코스맥스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 이커머스 시장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시장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제품 교체 주기가 빠른 온라인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제품 의뢰부터 출시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2~3개월까지 단축했다. 여기에 인디 브랜드에 적합한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제 코스맥스에게 남은 과제는 매출 회복이다. 코스맥스 중국법인의 매출액은 2021년 632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코스맥스가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5403억원에 그쳤다. 중국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코스맥스가 내세우고 있는 경쟁력은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 사업이다. OBM은 브랜드의 개발,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모두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코스맥스가 보유한 화장품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해 ODM와 OBM 사업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계산이다. 코스맥스의 이번 중국 신사옥 투자 역시 OBM 확대를 염두에 둔 결정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통합 신사옥을 통해 중국 내 인디브랜드 고객사 확대에 발빠른 대응이 용이해질 것"이라며 "코스맥스 중국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는 OBM 사업 역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