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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카드? 정무적 판단? 무엇이 IBK에 도움될까?

  • 2013.09.13(금) 15:56

기업은행의 경남은행 인수전 참여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인 경남은행 인수전에 IBK기업은행이 뛰어들었다. 기업은행의 깜짝 등장에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은행 인수•합병(M&A)의 흥행을 위한 ‘판 키우기’라는 분석부터 부산•대구•경남의 지역적•정치적 역학 관계를 고려해 보이지 않는 정치권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은행에 실질적인 이득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기업은행의 민영화가 사실상 잠정 중단된 것이나, 현 조준희 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많다.

◇ 기업은행의 인수전 참여 배경

기업은행이 경남은행 인수 검토 이유는 비교적 간명하다. 경남지역의 공단도 크고 사업체가 많은데, 경남은행에 밀려 이 지역에서 중소기업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기업은행은 구체적으로 이 지역의 대출 대비 예금 비율이 60%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특성상 자체 예금 비중이 적은 것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을 발행해 필요한 중소기업 대출을 메워간다. 그런데 이 지역에선 자체 예금 비중이 적어도 너무 적다는 주장이다. 경남은행이 지역 기반을 잘 확보한 만큼 기업은행이 인수하면 당연히 기업은행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쉽게 수긍이 가는 정도는 아니다. 경남 지역에서 경남은행이 강점인 것은 ‘경남’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지방은행은 그래서 지역색과 정치적 배경을 함께 지니면서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더라도 경남 브랜드를 그대로 쓰지 않는다면 기업은행의 생각처럼 될지는 의문이다. 옛날 충청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이 충청지역에선 ‘충청하나은행’이라는 브랜드를 쓴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이 듀얼 브랜드를 쓴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현재의 우리금융그룹 소속 계열사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분의 매각이라는 민영화 명분도 사라진다. 기업은행은 정부(기획재정부)가 68.9%의 지분을 가진 국책은행이다.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지분을 갖게 된 우리금융과 차이가 없다.

정부로서는 민영화 목표는 사라지고, 우리금융에서 기업은행으로 주머니를 바꿔 차는 것에 불과하다. 경남은행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정부가 주인인 셈이어서 지역 금융기관의 지역 환원이라는 명분과도 거리가 멀다.

 


◇ 부산•대구•경남의 지역 갈등이 빚어낸 꼼수?

그래서 지역 갈등 문제를 봉합하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경남은행 인수전은 BS금융(부산은행금융그룹), DGB금융(대구은행금융그룹), 경남상공인연합회의 3파전으로 흐르고 있었다.

경남상공인연합회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되는지는 몰라도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으로부터 가능성을 높게 인정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지역 금융 맹주 자리를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격이다.

경남은행을 둘러싼 이 두 은행의 행보는 일찌감치 노출됐고,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두 은행으로선 경남은행만 인수하면 경상권 전체의 금융을 장악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당연히 인수를 못 하면 반 토막 지역에서 명백은 유지하겠지만 사실상 완전히 포위되는 구도다.

일부에선 BS금융의 이장호 전임 회장 겸 행장의 조기 퇴임을 불러온 이유를 여기서 찾고 있다. 마산에 본점을 둔 경남은행은 부산과 적지 않은 지역적 차이를 드러내며 갈등을 빚어왔다. 부산보다 대구 정서에 더 호감을 느낀다는 주장도 있다.

이 전 회장이 이런 와중에 경남은행에 대한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지역 정서가 나빠졌고 새누리당으로선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 이 전 회장의 퇴임이라는 해석이다. 경남은행 인수전이 본격화되자 이런 지역적•정치적 역학 관계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라 기업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는 해다.

 


◇ 흥행 카드로는 무난

현재 경남은행 인수전엔 다른 시중은행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달 23일 마감하는 인수의향서 제출까지 좀 더 시간이 흘러야 윤곽을 드러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의 과거 사례를 보면 부실 지방은행 인수를 꺼려왔다. 그래서 부실 지방은행의 구조조정은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시중은행들이 사실상 떠안아 왔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의 관심은 실제 인수 가능성보다는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더 주목받는다. 기업은행의 역할도 그런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경남은행의 우선 협상자가 선정되기까지는 대략 3개월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

결국, 정부로서는 기업은행을 투입해 시간을 벌면서 지역 갈등 완화 방안을 찾고 경상권의 돌아가는 민심을 고려해 마지막에 정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이다. 경남은행 매각이 공적자금 회수인 만큼 민영화 명분을 버릴 경우 정부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기업은행이 단순 페이스메이커인지 알 길은 별로 없다. 거기까지라면 기업은행에 특별히 나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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