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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부동산 경기부양 공식이 흔들린다

  • 2015.03.17(화) 11:29

[가계부채, 그 끝나지 않은 논쟁]③
가계부채 확대 기댄 부동산 경기부양 오히려 소비회복 발목

부동산은 최경환노믹스로 대표되는 박근혜표 경제 정책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띄우면 자산효과와 함께 소비가 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구조개혁과 소득주도 성장을 동시에 외치고 있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초점은 부동산에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 믿음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가계부채에 기댄 부동산 경기부양이 오히려 소비의 발목을 잡으면서 경제 전반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어서다. 낡은 공식에 집착해 가계부채를 계속 펌프질하면서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정부의 경기부양 공식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비심리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최경환노믹스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박근혜표 경제 정책의 근간을 잘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핵심 카드로 부동산을 선택했다. 얼어붙은 주택 매매를 활성화하면 자산가치가 늘어나면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부동산 규제라는 무장을 해제했다. 그동안 금단의 영역으로 꼽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풀었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비롯한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도 관철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와 함께 부동산 경기를 자극해 그 자산효과로 민간소비를 진작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부총리는 앞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내세워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과 10월에 이어 이번 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서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1%대 기준금리 시대에 진입했다.


◇ 흔들리는 부동산 카드

실제로 부동산은 과거 경기부양을 위한 전가의 보도였다. 부동산을 띄우면 주택가격 상승을 통한 내수진작은 물론 건설경기를 자극해 고용 확대를 비롯한 다양한 연쇄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 탓에 오히려 소비의 발목을 잡는 역효과가 더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부동산 경기부양과 금리 인하가 자산효과보다는 가계부채 확대와 함께 전셋값 폭등과 월세화를 가속하고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에다 주거비마저 많이 늘어나다 보니 소비는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부채가 있는 가구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6% 넘게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가처분소득은 6.1% 증가에 그쳤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소비를 늘리려 해도 가계부채가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 가계부채가 소비회복 발목

가계부채가 소비를 촉진해 실물경제를 띄우는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2014년 8월 LTV와 DTI 완화 이후 4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쳐 규제 완화 이전인 3분기와 비슷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확대가 주택 거래와 소매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는 2012년 이후 크게 둔화되고 있다”면서 “실물경제 활성화 효과는 미미했지만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 경제전망에서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비율 증가로 금융기관과 민간소비의 리스크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유로존 위기 이후 유로존의 민간부채 변화 추이와 전망’ 보고서에서 유로존 소비와 투자 침체의 원인으로 과도한 가계부채를 지목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가계부채가 주택 가격과 경제성장률을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민간소비 확대에 기여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소비와 투자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 부동산 규제 완화 전후 소매판매 증가율(자료: 보험연구원)


◇ 가계부채 부담 갈수록 커진다

문제는 가계부채 부담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부동산 대출 규제를 풀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마저 1%대로 내려앉으면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5가구 중 1가구는 이미 가계부채 고위험군이다.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한계가구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상환액 비율(DSL)이 40%가 넘는 가계부채 고위험군이 19.4%, 234만 가구에 달했다.

가계부채를 늘리는 방식의 경기부양은 더는 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91년 부동산 거품 붕괴 후 대규모 부동산 부양책과 제로금리로 대응하다가 결국 97년 2차 버블 붕괴와 함께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도 좋은 본보기다.

최경환 부총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경제 부진의 원인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구조적 요인을 지목한 바 있다. 반면 실제론 부동산 경기부양과 금리 인하라는 대증요법에 매달리고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정치적 목적이 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3.3%로 3% 후반대인 잠재성장률을 고려하면 몹시 나쁜 편은 아니다”라며 “디플레이션보다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점을 더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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