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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투입' 7조까지 늘어난 대우조선, 살아날까

  • 2017.03.23(목) 11:03

산은·수은, 4.2조원 지원 1년반만에 또 2.9조 추가
2.9조 출자전환도 별도 진행…'합의'안되면 'P-플랜'
"2018년 정상화 예상 시나리오 믿을수 있나" 지적도

대우조선해양에 또다시 2조9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한다.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투입한지 1년반도 안돼 또다시 신규자금을 지원하면서 모두 7조원의 혈세를 투입하게 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한 이런 신규자금 지원은 시중은행을 비롯해 회사채·기업어음(CP) 등의 사채권자의 채무조정방안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사채권자 등이 채무조정안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결국 법정관리의 일종인 사전회생계획(P-Plan, Pre-Packaged Plan) 절차를 밟게 된다. 채무조정에 모두 합의하면 신규지원과 별도로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출자전환이 이뤄진다.

문제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최적의 방안으로 제시한 신규자금 지원 등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방식이 또 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미 4조2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투입하고도 1년반새 곳간이 비어버린 점을 보면 대우조선이 무사히 살아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 4조2000억원 이어 또 2조9000억원 투입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또다시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산은과 수은이 50%씩 부담하는 구조다. 이같은 지원방안은 23일 오전 열린 정부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대우조선 실사결과 오는 2018년까지 최대부족자금을 5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번 신규자금 지원과 함께 회사채·CP 채무조정에 따른 1조5000억원, 지난 신규자금 지원액 중 잔여분 4000억원, 채무조정에 다른 금융비용 감소분 3000억원을 반영하면 부족자금 5조1000억원을 모두 메우게 된다.

하지만 이는 채무조정 합의와 자구노력 추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해관계자간 손실부담 원칙에 따라 시중은행은 7000억원의 무담보채권 중 80%에 해당하는 56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산은과 수은이 갖고 있는 1조6000억원의 무담보채권은 전액 출자전환한다.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CP투자자 역시 50%를 출자전환하면 모두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출자전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시중은행은 이미 금융감독원과 사전 회의 등을 거쳐 논의를 했고, 출자전환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회사채 등의 사채권자들이 이런 채무조정안에 합의해주느냐 여부다. 내달 21일 회사채 4400억원 만기도래를 앞두고 사채권자 집회를 여는데 이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 자료:산업은행

 

◇ 합의안되면 법정관리 일종 'P플랜' 간다‥배수진

정부와 산업은행도 배수의 진을 쳤다. 사채권자 집회 등을 통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단과 협의후 법원에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의 장점인 강제력 있는 채무조정 기능과 워크아웃의 신속성과 신규자금지원 기능을 결합한 제도다.

통상 회생절차를 추진하면 일정기간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해 건조중단 등이 발생하고 사실상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 P-플랜을 신청하게 되면 청산가치에 준하는 대규모 출자전환 등으로 폭넓은 채무조정을 추진하게 되고, 산은과 수은의 신규자금 지원을 통해 회생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끝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법정관리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뿐 선박 건조계약을 취소하는 선주사의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여전하고, 이 경우 금융회사 선수금 환급 청구(RG 콜)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직간접 실업이 증가하고 협력업체의 유동성 부족 등도 잇따를 수 있다. 무엇보다 P-플랜을 적용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어떤 돌출 변수가 튀어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우조선 살아난다" 양치기 소년의 외침

이런 이유로 정부와 채권단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최적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4조2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곳간이 비어버리면서 '밑 빠진 독'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곳간이 비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소난골사 해양플랜드 인도 지연으로 들어와야 할 돈 1조4000억원이 들어오지 못했다. 수주 역시 지난해 목표 115억달러의 10분의 1수준인 15억4000만달러밖에 채우지 못하면서 약 2조원의 돈이 유입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자구계획 달성도 원할하지 못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정부와 채권단이 조선업의 장기 시황 부진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고, 대우조선의 위험요인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거듭 머리를 숙였다.

 

▲ 자료: 산업은행

 

하지만 지난 두차례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시장에서는 이미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돌출변수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매번 이런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

금융위와 산은은 지난해 수주절벽이란 최악의 상황에서 15억달러 신규수주를 달성한 점을 고려하면 내년중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보수적으로 추정한 20억달러의 수주목표는 과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18년부터 조선시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18년 이후 정상화 돼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하지만, 여전히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들릴 뿐이다.

 

조선업황이 살아나기만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최대 59조원의 부담은 물론이고 조선산업과 실물경제에 부작용이 더 크다는 얘기만 되풀이할 뿐이다. 어떻게 살아날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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