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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족쇄에 갇힌 인터넷은행

  • 2017.12.20(수) 16:20

금융위 민간 자문기구 "은산분리 완화 불필요"
"인터넷은행 핀테크 아냐"…당국 지원 명분 없애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지 않다. 앞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기대지 않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않아야 한다." (12월 20일 금융위 자문기구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 보고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결국 은산분리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금융위원회의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은산분리가 당장 필요하지는 않다고 금융위에 권고하면서다. 혁신위는 그러면서 인터넷은행을 핀테크의 범주에 넣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활성화를 명분으로 인터넷은행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당분간 은산분리 완화나 금융당국의 제도적 지원 없이 '자력'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제3 인터넷은행 설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 "금융위 케이뱅크 인가 절차상 부족함 있어"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의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위의 행정 전반을 점검해달라며 만든 민간 자문기구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비롯해 13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번 권고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내용이다. 혁신위는 케이뱅크와 관련한 특혜 인가 의혹과 관련해 '절차상 부족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없이 인터넷은행이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위는 우선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인가 당시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과 관련해 "금융위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이 은행업 인가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는데, 금융위는 이후 다른 법령해석을 통해 충족한다며 인가를 내줘 논란이 됐다.

▲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케이뱅크 주요주주인 우리은행과 KT 등이 은행법상 동일인으로 사실상 은행법을 위반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동일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다만 "최종 법적 판단은 혁신위 논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이런 논란을 근거로 대며 인터넷은행이 정치적인 이슈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없이 스스로 발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위는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국회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득과 실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를 권고한다"고 했다.

◇ "인터넷은행은 핀테크 아니다…스스로 발전해야"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혁신위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핀테크와 동일시하지 않도록 권고했다는 점이다. 혁신위는 "향후 금융산업은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핀테크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지만, 이를 인터넷은행으로 연결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위가 그동안 인터넷은행을 '핀테크의 꽃'이라고 지칭하며 은산분리 완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것과 관련이 있다. 더이상 핀테크 지원을 명목으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prtsy201@

이번 권고로 금융위는 당분간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던 기조에서 물러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인가 당시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하다가 인터넷은행특례법이나 지방인터넷은행 등 여러 우회로를 찾았으나 결국 제도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뒤로 제도 개선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는 분위기가 읽히기도 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일단 자체적인 자본확충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 9월 1000억원 증자에 성공했지만 2차 증자의 경우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혁신위는 이와 관련 "출범 이후 케이뱅크는 증자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대출수요 확대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대주주인 우리은행을 포함해 주주들의 자본금 확충 역량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본금 확충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것이 향후 지속발전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지표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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