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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은행 경쟁도 평가'는 답정너?

  • 2018.12.03(월) 15:37

평가위 "경쟁 충분치않아 인터넷은행 신규허가 가능"
경쟁도지수·이익경비율·ROE 주요 근거로 제시
'같은 수치-다른 해석' 가능..정책에 꿰맞춘 느낌

금융위원회 외부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위원장 정순섭 서울대 교수)'가 최근 '은행업 경쟁도 평가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교수·변호사 등 1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지난 3개월간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농협 등 국내 17개 은행에 대한 경쟁도를 평가했다. 결론은 "국내 은행은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이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신규 허가할 수 있다"였다. 

평가위원회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를 근거로 국내 은행의 경쟁이 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HHI는 모든 시장참여자의 시장점유율 제곱을 합한 수치로 합병심사때 시장집중 측정지표로 활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HI가 1200 미만이면 저집중 시장, 1200~2500은 중집중 시장, 2500 이상은 고집중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수가 낮을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높을수록 독과점이 심하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 HHI지수는 1233~1357이다. 공정위 기준으로 보면 '저집중'에 가까운 '중집중' 시장이다. 평가위원회는 "다소 집중된 시장"이라고 분석했지만 "어느 정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해도 무리한 분석은 아닌 셈이다.

더욱이 미국 법무부 기준으로 보면 국내 은행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미국 법무부는 HHI가 1500 미만이면 집중되지 않은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평가위원회는 HHI 외에도 수익성 지표 등을 보조 분석해 '은행업 경쟁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지었다.

우선 "상위 6개 은행의 비용효율성 지표인 이익경비율(cost to income ratio, 판관비를 총이익으로 나누어 산출)이 악화 추세"라며 "효율 경영을 위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은행업 수익성은 최근 개선되고 있어 "기존 은행의 관점에서 볼때 신규 진입을 감내할 능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평가위원회가 제시한 지표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은행의 이익경비율이 악화됐다는 것은 비용(판관비) 부담이 늘었다는 얘기다. "효율 경영을 위한 자극이 필요하다"가 아닌, "새 경쟁자가 들어오면 비용 부담이 더 늘 수 있다"고 해석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또 평가위원회는 국내 은행 ROE가 많이 개선됐다고 했지만 낮은 ROE는 국내 은행의 '고질병'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4월 '2017년 국내 은행 수익성 분석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상업은행의 ROE는 9.73%로 국내은행(6%)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라며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미국 상업은행에 비해 크게 낮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국내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급증했던 은행 이익이 어느 순간 고꾸라질 수도 있다. "기존 은행 입장에서 신규 진입을 감내할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분석해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핀테크를 앞세운 금융사들이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세계적 흐름에 뒤처져 있다. 지난해에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출범했다. 지난 9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ICT 회사의 자산비중이 50% 이상'인 대기업도 예외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간신히 열렸다.  

그렇다고 독립적인 자문기구인 평가위원회까지 대세를 따를 필요는 없다. 평가위원회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은행업의 경쟁도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도출하는 것만으로 족하다. 굳이 평가위원회가 정부에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설립을 위한 '명분'을 만들어 준다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 2015년 인가를 받은 케이뱅크가 아직까지 특혜 시비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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