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어디로 튈지 가늠이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방향은 잡아야 한다. PB(Private Banking)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변동성이 커지는 금융시장, 어떤 투자를 해야 하나? [편집자]
박은정 하나은행 PB 부장이 일하는 잠원역지점은 1981년에 문을 열었다. 간판은 서울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바뀌었지만 한자리에서 38년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근 한신8차 아파트 입주일이 1980년 12월이니 잠원동 역사와 함께 한 은행 지점인 셈이다.
박 부장은 잠원동 고객들에 대해 "차근차근 자산을 모은 이들"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부자들은 갑자기 부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지역은 그렇지 않다. 건실하다. 계획 세우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50~70대에 이룬 결과물이다. PB 마음대로 고객들 자산을 (관리)할 수 없는 이유다.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박은정 하나은행 잠원역지점 PB부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주택가 지점이다 보니 고객 스킨십 방법도 다를 것 같다
▲ 잠원역지점은 아파트 밀집지역 안에 들어가 있다. 고객은 주부가 많고 교수나 의사 등 전문직도 꽤 된다. 한번에 자산을 이뤘기 보단 오랜기간에 걸쳐 차근차근 자산을 모은 분들이다. 스킨십도 조금 더 디테일해야한다. 고객자산 관리, 재산 증식도 중요하지만 고객 생애 주기에 따라서 어떤 도움 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고객도 우리를 대할 때 자산 늘려주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가족처럼 힘든 일이 있으면 대화한다. 고민이 금전이나 부동산 등 자산과 관련됐을 때 우리가 도움을 준다.
- 생애 주기 의미는
▲ 고객은 대체로 40대부터 70~80대 까지 여러 층이다. 40대 분들은 자녀교육이 제일 고민이고 50대는 자녀 결혼, 60대는 노후 대비와 증여, 상속이 고민이다. 연령대별로 안고 있는 고민이 다르다.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다르지만 개별적으로 친근하게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한다. 직접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저와 얘기하면서 스스로 해결점을 찾거나 위로를 받는다. 감성적으로 터치하는 편이다.
- 요즘 시장은 어떤가
▲ 요즘 시장은 작년하고 좀 다르다. 작년은 편안하게 어디다 넣어도 오르는 시장이었다면 올해는 예민하고 변동성이 심하다. 미국, 중국 무역전쟁 틈 속에서 중국에 인접한 한국은 여러가지 여건에서 영향을 받는다. 미국 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 증시도 많이 출렁인다. 작년 고객들은 10% 수익률을 기대했지만 올해는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부터 PB업무를 시작했으니 남유럽위기, 중국 신용위기 등을 거쳤다. 아무리 시장이 좋다는 시그널이 있어도 조심스럽게 자산을 포트폴리오 해야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 변동성 심한 장에서 전략은
▲ 시장이 어수선하지만 미국 주식 쪽은 유망하다. 작년에도 좋았지만 올해도 4차산업 관련 주식들이 유효하다. 국내는 변동성의 저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보다는 채권 쪽에 비중을 둔다. 다시 반등할 수 있는 시그널이 있을 때 국내 주식은 분할 매수하는 편이 낫다. 때를 기다리면서 잠시 자금을 ELS 관련 상품에 두는 것도 괜찮다. 요즘은 통화 분산도 중요하다. 자산을 원화로만 다 가지고 있을 필요 없다. 달러나 엔화로 ELS, 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 금 가격이 떨어졌을 때 조금씩 골드바를 나눠 사는 것도 방법이다.
- 최근 KB에서 낸 부자보고서를 보니 주식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하는 부자가 54.1%에 이르렀다. 사실상 '몰빵'인데
▲ 저희는 그렇지 않다. 어차피 펀드에 투자하면 분산투자가 되고, 직접 투자하는 고객도 분산투자하려 한다. 요즘은 해외주식에 비중을 두는 추세이지만 해외도 한두 종목에 '몰빵'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해외주식 쪽으로 비중을 옮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등 대형종목을 오래가지고 있으면 된다는 믿음에서 이제는 미국의 아마존, 테슬라, 알파벳 등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해외주식도 '단타'보다는 길게 투자한다. 획기적으로 몇십 퍼센트씩 수익이 나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수익이 나는 곳은 조심해야한다. 주식투자 수익은 정기예금 2~3배 정도 본다. 수익형 부동산이 4% 수익을 못거두는 데가 많다. 금융상품이 4~6% 수익 내는 것은 훌륭한 편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급등하고 있다. 고객들은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나
▲ 여기서 자산을 이룬 고객은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이익을 많이 누렸다. 여러 정책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 등 특정지역 부동산은 떨어지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다. 여긴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당분간은 더 갈 것이라 본다. 한강라인을 따라서 재건축 이슈 있는 강남, 한남동, 용산, 성수동은 조금 더 가지 않을까 한다. 부동산 양극화는 당분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 보수적인 부자들에게 투자 권유는 어떻게 하나
▲ 간혹 투자상품은 무조건 위험하다고 오해하는 고객도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식에서 손해를 본 경험 탓이다. 하지만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사도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투자성향에 따라 권할 수 있는 상품이 차등화 돼있다. 무엇보다 고객의 투자성향을 먼저 고려한다. 시장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자세히 설명하고 공감을 끌어내 조금 더 수익이 나는 상품 쪽으로 조금씩 자산을 옮긴다. 그것이 고객의 투자성향과 반하면 안된다. 그런데 꼭 은행에 상품 가입하러 오지 않아도 된다. 고민을 얘기하면 우리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공부한다. 그럼 자연히 고객이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진다.
- PB도 문턱이 낮을수록 좋다는 의미인가
▲ 양면이 있다. 어느 정도 규모를 두고 심도 있게 관리하는 PB도 있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중상층 고객층이 굉장히 많다. 저희는 1억원 이상 예금 맡긴 고객을 관리한다. 보통 자산은 10억~50억원 고객이 가장 많다. 다가가기 어렵게 만드는 것보다 어떤 일이나 고민도 얘기 나눌 수 있는 PB도 필요하다.
- 그동안 PB로 지내면서 봐왔던 고객들 특징은
▲ 돈이 고객의 살아온 시간의 척도는 아니지만 상담하다보면 자산을 일구기까지 인생 경로를 들을 수밖에 없다. 돈 안에 시간이 녹아있다. 우리나라는 부자들이 갑자기 부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지역은 그렇지 않다. 굉장히 건실하다.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50~70대에 이룬 결과물이다. PB 맘대로 고객들 자산을 (관리)할 수 없는 이유다.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요즘 고객들 고민은
▲ 세금에 대한 고민이 많다. 갑자기 (부동산) 정책이 바뀌었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부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좋지 않다. 그런데 고객들도 투기목적으로 부동산 투자했던 게 아니다. 실제 거주 목적으로 집을 가지고 있는데 집값이 오른 경우가 많다. 여기 고객은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부를 모아왔는데 세제가 갑자기 바뀌니 고민이 많다. 그렇다고 수중에 돈이 많아진 것도 아니다. 세금이 부담되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되는데 30년 이상 살았던 지역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 마지막 질문이다. 돈이란 무엇이라 생각 하는가
▲ 어려운 질문이다. 이 일을 오랜시간 해오면서 느낀 것은 돈은 주인이 있다는 점이다. 돈을 맡긴 고객이 주인이다. 돈이나 저는 조연이다. 돈은 주인의 행복을 위해 잘 쓰여야 되고 잘 관리 돼야 한다. 돈이 주인이 되는 순간부터 힘들어진다. 저도 돈도 조연으로 역할하면 소유한 분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신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