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은행의 예·적금 특판상품은 잠잠하다. 은행들은 저금리와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新)예대율 규제로 특판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거의 실종상태다.
올들어 예·적금 특판상품을 내놓은 은행은 3곳이 전부다. 지난 2일 나온 우리은행의 '우리고객님 고맙습니다 정기예금'과 DGB대구은행의 '세븐적금', Sh수협은행의 '골든리치 정기예금 특판'이다.
우리은행 상품은 지난 2일 내놓은 지 5일만에 완판됐다. 금리는 가입기간 1년 최고 연 1.9%, 2년 최고 연 2.0%다.
같은날 대구은행도 행운의 숫자 7을 컨셉트로 주 단위 자동이체에 7개월 만기인 '세븐적금'을 출시했다. 월∼금요일 중 하루를 정해 1000원 이상 5만원까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체해 7개월이 지나면 만기가 되는 상품이다. 이자율은 연 1.90%에 우대이자 연 0.50%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2.40%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아직 한달도 안돼 가입자 수를 알 수는 없지만 이자율 2%가 넘어 고객들 반응이 좋다"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특판상품이 없어 고객이 더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골든리치 정기예금 특판'을 내놓은 Sh수협은행은 최고 연 1.95% 금리를 제공하며 20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가입금액은 100만원~1억원 이하다.
나머지 은행들은 이달 특판상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만 해도 특판상품의 경쟁이 치열했었다. 수신상품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최대 3%가 넘는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은행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우리 120년 고객동행 정기예·적금' 고금리 상품을 내놨다. 정기예금은 최고 연 2.6%, 정기적금은 최고 연 3.2% 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월2일 최고 연 2.28% 이자를 제공하는 'IBK W특판예금'을 판매했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최고 연 2.4% 금리에 '황금드림 정기예금'을 내놨었다.
SC제일은행은 입출금통장과 정기예금의 장점을 결합한 마이런통장 2호를 내놨다. 이는 입금 건별로 예치기간에 따라 최고 연 2.0%의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통장이다.
지난해만 해도 치열했던 특판 시장이 올해 잠잠해진 이유는 뭘까.
기준금리 인하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내렸다. 이후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0월에 연 1.50%에서 역대 최저치인 1.25%로 한차례 더 내렸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의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순이자마진(NIM)에는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채권 등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이자가 포함된다.
대출이자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데 기준금리는 통화당국의 정책에 따라 고정된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대출이자도 낮아져 수익이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은행은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NIM은 1.55%로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3분기 보다 0.10%포인트 하락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 내놓은 마이런통장은 금리상승기를 겨냥한 고금리 입출금통장으로 한시적으로 판매했던 상품"이라며 "현재 저금리기조와 상품의 특성이 맞지 않아 재출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개편과 인사가 안돼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도 있지만 자신이 인사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론칭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도 새해에 예·적금 특판상품을 찾기 힘들어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한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카페 회원은 "은행별로 적금 금리를 비교해보면 보통 1%대"라며 "고금리 상품은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회초년생인 다른 회원도 "월급 제대로 모으고 싶은데 저금리라서 가입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파우더룸 한 카페 회원은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적금 매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