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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예대금리 공시·청년도약계좌…부담커진 은행

  • 2022.03.16(수) 06:10

금리차 이미 공개…과도한 경영개입 논란
청년희망적금보다 지원범위 확대…은행 부담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본격 출범을 앞두고 각계가 분주하다. 금융권 역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공약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약중 은행에선 예대금리차 공시 공약에 볼멘소리가 많다. 이미 실적발표나 분기보고서 등을 통해 예대금리차는 공시되고 있어서다. 추가적으로 어떤 내용이 공시에 포함될지에 따라 은행들의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어 과도한 경영개입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 도입도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 작품인 청년희망적금 가입 때에도 대규모 청년들이 몰리며 한바탕 홍역을 치른바 있는 은행권에선 이보다 지원규모가 더 큰 청년도약계좌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대금리차 공시, 현실화될까

윤석열 당선자의 금융소비자 보호 공약에는 과도한 예금·대출금리 격차 해소를 위해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필요시에는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와 담합요소 점검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대출 수요가 크게 급증했고, 이는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윤 당선자 공약은 여기서 출발한다. 금리 인상 시기에 은행들의 예‧적금금리(수신금리)보다 대출금리 인상 폭이 더 커 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은 늘어나고 은행 실적은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은행들은 반발하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분기보고서와 은행을 포함한 실적발표 등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공개하고 있어서다. 금융사들은 주요 수익성 지표인 원화대출채권 평균이자율과 원화예수금 평균이자율, 명목상 순이자마진(NIM) 등을 공시하고 있다.

결국 윤 당선자 공약은 단순 예대금리차 공시가 아닌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어떻게 산정하는지를 공개해 과도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들 입장에선 금리 결정은 대출 차주에 대한 신용도를 비롯해 복합적 요인이 반영되고, 각 은행마다 산출 시스템이 다른 만큼 이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에 반발이 크다. 설사 금리를 구성하는 세부내용을 공개한다 해도 적정한 예대금리차 수준을 정부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남는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에 더해 은행이 책정한 마진율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산정된다"며 "구성항목을 공시할 순 있지만 이와 별도로 각 은행이 책정한 마진율 등을 공개했을 때 이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각 은행의 경영 목표를 바탕으로 적용되는 마진율을 정부가 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이는 공약 목표인 예대금리차 축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산 넘어 산' 청년도약계좌

청년들의 재산형성을 돕기위한 공약인 '청년도약계좌'도 은행들에게는 부담이다. 이미 지난달말 청년희망적금 가입 과정에서 은행들이 한 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어서다. 청년희망적금은 10% 수준의 금리 혜택을 제공해 당초 예상(38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290만명이 가입을 신청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이보다 한 발 더 나간다. 근로‧사업 소득이 있는 청년(19~34세)를 대상으로 해 청년희망적금보다 지원대상 범위가 넓다. 통계청 기준으로 약 630만명이 가입 조건 대상에 해당한다.

또 일정 한도내에서 저축하면 정부가 가입자 소득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해 10년 만기시 1억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가령 월 70만원씩 연 3.5% 복리로 10년 납입하면 1억원이 적립되는 방식이다.

다만 재정으로 지원하는 유사 제도와의 중복 가입‧지원을 방지하기로 해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들의 중복 가입은 어렵다. 이에 인수위원회에선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들이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청년희망적금과 마찬가지로 재원 마련이다. 지원 대상이 넓을 뿐 아니라 혜택 규모도 청년도약계좌가 더 커 은행들 부담도 커진다. 정부 재원을 통한 지원이 어렵다면 이는 고스란히 은행들의 몫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큰 탓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공약집을 보면 연 3.5% 수준 복리로 책정하고 만기가 10년에 달하는데 현재 은행 적금상품 중에선 이같은 조건을 찾을 수 없다"며 "고금리에 10년이라는 장기적금이라면 은행 입장에선 수익이 거의 없거나 역마진일 가능성이 높아 재무적 관점에선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년도약계좌를 도입한다면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해 은행들에게 같은 조건으로 가입자를 할당하는 방식이 나을 것"이라며 "그나마 불확실성을 줄여 은행들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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