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이 단행되면서 기준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3% 수준에 도달했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 대출금리 상단이 8%에 달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출을 이용한 서민 금융 소비자들의 금융비용이 급증한다. 정부가 마련한 정책금융상품 등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 이자 급증…쪼그라든 서민 경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올 들어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이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금통위의 금리 인상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로 인해 시장금리도 빠르게 오르면서 가계 이자부담이 급격히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이번 빅스텝으로 자영업자 가구 이자부담은 지난해 3월 대비 4조7152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분석을 통해서도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12조2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기사: '빅스텝'에 대출금리 8% '시간문제'…경기침체 어쩌나(10월13일)
이처럼 가구 소득 증가는 제한된 상황에서 금융비용은 급증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서민 경제도 빠르게 위축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18일 발표한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국내 민간소비는 물가 상승과 금리 급등에 따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부채 부담 증가도 소비에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이 영향으로 내년 경제 성장률도 1.8%에 그쳐 올해(추정치 2.6%)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제 역할 못한 금융지원…맞춤형 추가대책 필요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금융비용 증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시점을 최대 3년 연장하고, 3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새출발기금도 출범했다.
이보다 앞서 고금리 변동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 고정형으로 전환해주는 안심전환대출도 출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금융상품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심전환대출은 신청‧접수 19일차 기준(17일) 신청액이 3조8289억원에 그쳐 전체 예산(25조원)의 15.3%에 그쳤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신청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내달 7일부터 주택가격 문턱을 낮춰 추가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새출발기금도 사전신청을 포함해 약 2주 동안 1093명이 신청(13일 기준)하는데 머문 상태다. 코로나 금융지원 연장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저조한 실적이다.
이에 금융권에선 금융비용이 증가한 서민들을 위한 추가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증가한 중‧저 신용자와 저소득‧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를 이용한 차주는 금융당국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관리가 이뤄져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적다"며 "문제는 중금리 대출을 이용한 중‧저 신용자들의 이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금리 대출 이용자는 자격 기준이 마련된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증가한 이자에 대한 지원이나 금리 혜택 등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금리대출 이용자는 신용등급 4~6등급이 대상으로 연 10% 대의 금리가 적용된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인상으로 금용비용 부담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계층은 저소득 청년들"이라며 "형성한 자산이 부족할 뿐 아니라 생활고로 인한 대출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김 연구위원은 "단순 금융지원을 넘어 이들에게는 자산형성 기회 뿐 아니라 생활비용 마련을 위한 일자리 제공 등의 정책이 병행돼야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