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입여건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법인세 감세와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등 자산과세에 대한 대폭적인 감세정책을 펼쳤는데요. 감세정책에 따라 예상했던 세수입 감소분보다 더 큰 폭의 세수입 부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우선 정부의 기대보다 글로벌 경기침체 및 국내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수입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요. 소비위축에 따른 부가가치세수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올해 2월말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8000억원이나 적은 54조2000억원에 그쳤는데요. 작년 하반기 실적을 기반으로 3월에 신고납부된 법인세도 기업들의 저조한 실적발표와 함께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장 연간 10조원 규모의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4년만에 처음으로 1조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올해 세입여건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부동산의 보유와 거래에서 거둬들이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도 기대이하의 실적이 예상됩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역대 가장 큰폭인 -18.6%으로 떨어졌는데요.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12억원까지 올리는 등 대폭적인 감세가 올해부터 적용되는 시점에서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까지 급락하면서 종부세수는 정부 예상을 벗어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거래부진에 따른 양도세 수입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서울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현재 거래 자체가 실종된 상황인데요. 작년 12월 기준 주택매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46.8% 줄면서 올해 1~2월 양도세도 4조1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더구나 하락장이라 당분간은 양도차익도 없어서 양도세수입이 발생하기 어려운 여건이죠.
'감세'로 집권, 대 놓고 '증세'는 어려울 것
하지만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내걸고 집권한 정부가 증세 카드를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 올해 적용될 감세정책들은 국회에서 법통과가 이뤄진 상태고요. 집권정부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거든요. 실제로 정부는 올해도 상속세제 개편 등 감세기조의 정책을 담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외형적으로 증세프레임을 피해가는 간접증세가 예상되는데요.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증세'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사실상의 증세인 정책을 꺼내들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세수입 펑크가 너무 크면 그것대로 또 정책의 동력을 잃게 되거든요.
박근혜 정부의 경우 감세정책과 글로벌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세수입 펑크로 애를 먹었는데요.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을 이어받아 정권을 유지한 박근혜 정부는 '보편적 증세' 카드를 꺼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과세감면 정비' 였죠. 세율을 올리거나 하지는 않으면서도 사실상의 세수입은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었습니다. 외형상 증세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다수의 근로자, 다수의 자영업자들에게 세부담을 골고루 얹어주는 증세였죠.
박근혜 정부의 '깃털 뽑기' 윤석열 정부는?
실제로 2013년 세법개정안을 보면, 비과세감면 축소 정비로 5년간 1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간 27조2000억원의 세수입을 확보하겠다고 했는데요.
실무적으로는 가장 효과를 본 것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비과세감면제도의 개편이었습니다.
세금을 내야할 소득을 빼주는 방식에서 계산된 세금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단순한 방식전환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산층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에서 세금을 더 떼가는 방식이어서 논란이 컸습니다.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런 세법개정안에 대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르기도 했죠.
이후 일부 공제방법을 되돌리기도 했지만, 그밖에도 주세와 담뱃세 인상 등 전반적으로 골고루 깃털 뽑듯이 영향을 주는 방식의 증세가 계속해서 뒤따랐습니다.
세무조사급 사후관리 강화될 듯
박근혜 정부에서 세수확보에 큰 공을 올린 정책중 하나가 또 있는데요. 바로 국세청의 사전안내 및 사후관리의 강화입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와 같은 눈에 보이는 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조사가 이뤄지기 이전에 알아서 세금을 잘 내도록 보이지 않게 압박하는 수단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사전안내, 다른 하나는 사후검증입니다.
사전안내는 세금을 신고납부하기 전에 국세청이 먼저 안내하는 것인데요. 국세청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자, 개인의 상황에 맞춰서 이 정도 세금은 내야할 거라는 경고를 주는 내용입니다.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안내할 때 보내죠.
사업자들의 경우 동종업종에서는 이정도 세금을 신고납부하고 있으니 참고하라거나 작년에는 이 정도로 냈는데 뭐가 문제였으니 참고해서 성실하게 신고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후에라도 확인할 것이라는 식으로 안내가 나갑니다.
외형상으로는 친절한 안내 서비스로 보이지만, 납세자 입장에선 상당한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내용이죠. 당장 딱지를 떼지 않더라도 경찰차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질서가 유지되는 효과를 누리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실제로 사전안내 강화로 세수입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는데요. 2012년, 2013년, 2014년까지 3년 연속 세수펑크를 냈던 정부가 2015년부터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에서 세수입을 크게 회복하게 됩니다.
사후검증은 좀 더 강도가 높은데요. 국세청이 안내한 내용대로 신고를 했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과정입니다.
국세청에서는 앞서 사전안내한 것보다 적게 신고납부된 경우에는 제대로 된 것인지를 한 번 따져본다는 것인데요. 국세청이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자료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이 사실상 세무조사와 흡사합니다.
사후검증은 문재인 정부 이후 신고내용 확인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바꾸고 그 건수도 크게 줄였는데요. 지난해부터 국세청이 그 건수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입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건수를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는데요. 대신 사후검증(신고내용 확인)으로 이를 대체하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서울의 한 일선 세무사는 "감세정책으로 당장 세금이 줄어드는 분들도 많겠지만, 한편으로는 정부가 어떻게든 줄어든 세수입을 충당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점에서 납세자들에게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최근에는 사후검증으로 사실상 세무조사를 대체하는 경향이기 때문에 올해는 특히 그 건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