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대로 매운맛으로…"
작년 10월부터 약 두달 간 진행한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정기검사 결과를 이달로 미룬 이유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 말입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죠. 이 마저도 최근 다시 2월로 미뤄졌지만요. 금감원은 국회 내란 국정조사, 정부 업무보고 일정, 임시 공휴일 지정 등이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는데요.▷관련기사 : 이복현 "우리은행 검사 결과 매운맛…남은 임기 더 강한 기조로"(2024년 12월20일)
우리은행은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27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도 터졌고요. 금감원은 정기검사에서 부당대출 외에도 자본비율과 자산건전성,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지배구조 등을 전반적으로 다 확인했다고 밝혔죠.▷관련기사 : 부당대출 중심 선 우리금융, '윤리경영실 가동'으로 내부통제 혁신(2024년 12월26일)
결국 핵심은 검사 결과와 함께 나올 임직원 징계수위 및 경영실태평가입니다. 우리금융이 생명보험사인 동양·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직전(2021년)과 마찬가지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는 지주 내 은행 쏠림이 90%가 넘는 우리금융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죠.
3등급으로 떨어지면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신사업 추진이 불가능합니다. 이제까지 금융지주가 3등급 이하로 떨어진 사례는 없었습니다만,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서 처음으로 내부통제 배점 비중(5→15%)이 높아진 게 변수로 꼽히죠. 감독당국 입장에선 잇단 횡령과 부당대출 원인이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이라고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올해 8월말까지 인수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면, 계약 파기와 함께 총 인수가격(1조5493억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55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합니다. 피인수사들도 고생입니다. M&A가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동양·ABL생명의 경영 경쟁력 저하는 물론,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자 혼란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양·ABL생명의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이 과거 두 생보사 주인이었던 안방보험의 구조조정을 위해 '중국 감독당국'이 설립한 회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 당국과 관계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얘깁니다.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들은 이미 가장 큰 어려움으로 관치금융을 지적하고 있고요.
두 생보사 인수가 마무리되면 연간 약 2000억~3000억원의 증익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그만큼 우리금융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탄력받을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최악의 경우 우리금융도 배수의 진을 칠 각오로 움직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현재로써는 금융당국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간 끌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죠. 금융권에선 그리 드문일도 아니고요.
금감원도 '칼'을 갈고 있답니다. 이 원장이 고위 관료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까지 저격하며 지속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인 만큼, 검사 결과를 보완 또 보완하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적발 사안들에 대해 더 깊고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