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억원이상 개별 임원 보수공시제도가 올해 5년이 됐다. 개별임원연봉을 공개하는 이유는 성과 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사결정권을 가진 소수의 이익이 다수의 직원·주주 이익과 배치되지는 않는지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증하기 위함이다. 제도 시행이후 단편적인 연봉랭킹을 전달하는 보도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숨겨진 팩트를 찾아내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비즈니스워치는 연봉공개 취지에 맞는 합리적 검증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 새로운 부표를 띄우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이상)의 2017년 사업보고서에 나온 연봉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했다.[편집자]
대기업 총수일가들은 전문경영인보다 평균적으로 연봉을 2.2배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격차 뿐 아니라 연봉 구조도 판이하게 달랐다. 총수일가의 연봉은 고액의 기본급으로 구성돼 실적변동과 관계없이 안정적 급여를 받는 반면 전문경영인은 실적에 따른 성과급 비중이 높았다.
이는 비즈니스워치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46개그룹 193개 계열사(상장 155개, 비상장 38개)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은 전체 57개이지만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 계열사가 한 곳도 없는 5개(부영·중흥건설·한국지엠·호반건설·넥슨), 연봉 5억원 이상을 받은 임원이 없는 6개(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태광·이랜드·삼천리·하이트진로) 그룹은 제외했다.
분석대상 46개 그룹의 193개 계열사에서 지난해 연봉 5억원(퇴직금 제외) 이상을 받은 임원은 총 303명이다.
연봉총액이 5억원 이상이어도 퇴직급여를 제외한 실질 연봉이 5억원 미만이면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기본급 또는 기타근로소득에 퇴직금 성격의 일회성 보수가 들어있는 경우는 포함했다.
전체 303명 가운데 65명은 총수본인 또는 총수일가, 238명은 전문경영인이다.
총수일가 65명은 지난해 총 1824억1600만원의 연봉을 받아 1인당 평균 28억6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전문경영인 238명의 연봉은 2990억80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12억5700만원을 받았다. 총수일가가 전문경영인보다 2.2배 더 받은 것이다.
총수일가는 고액의 고정기본급을 받는 형태가 많았다. 반면 전문경영인은 상대적으로 기본급보다 성과급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분석대상 임원 303명 중 기본급을 많이 받은 상위 10명은 모두 총수일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개 계열사(롯데지주·제과·칠성음료·케미칼·쇼핑·호텔·건설)에서 받은 연봉 152억3300만원 중 79%인 120억원이 기본급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80억900만원)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억3900만원)이 받은 지난해 연봉도 97% 이상이 기본급으로 구성됐다.
반면 전문경영인은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성과급이 많은 구조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기타근로소득에 포함된 일회성 특별상여금(약 146억8100만원)를 포함 224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는 권 회장의 작년 연봉(243억8100만원)의 92%를 차지한다.
권 회장을 포함해 성과급을 많이 받은 상위 10명에는 전문경영인이 6명이 포함돼 있다.
총수일가는 사실상 기업경영의 총책임자이면서 경영성과와 상관없이 기본급을 바탕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실질적인 경영성과 책임은 전문경영인들이 짊어지고 있는 보수체계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한 곳은 SK에너지로 평균 1억5200만원이다. SK종합화학과 SK인천석유화학도 각각 1억4200만원, 1억3000만원의 직원 평균연봉을 기록해 SK그룹계열사가 나란히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임원과 직원 간의 연봉격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다. 등기임원(평균 103억3700만원)이 직원(1억1700만원)보다 88.4배 더 많은 연봉을 받았다. 다만 이는 권오현 회장의 일회성 특별상여금이 영향을 줬다. 2016년도 임직원 간 연봉차이를 비교하면 45.2배로 절반 가량이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