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이 법원에 기업회생·정리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지 결정하는 시점을 23일로 사흘 연기했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가 20일로 시한을 못박고 진행한 한국GM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도 이때까지 시간을 벌게 됐다.
▲ 지난 2월 국회를 방문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베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위), 지난달 2대주주 산업은행에 요구서한을 전달하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지부원들(아래)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20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인천 부평공장에서 임단협 교섭, 지도부 비공개 면담을 벌였지만 오후 6시께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비용절감 자구안부터 잠정 합의해야 한다는 사측 입장과 군산공장 근로자 고용 보장 문제를 먼저 확약해달라는 노조 입장이 평행선을 그었다는 전언이다.
이날 사측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총 100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 자구안을 먼저 합의하고 군산공장 근로자 처우 문제를 논의하자는 안을 들고 왔다. 희망퇴직 후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 680명의 처우 문제와 관련해서는 추가 희망퇴직과 부평·창원 공장으로의 전환배치, 5년 이상 무급휴직 시행을 검토하겠다고 제시했다.
노조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충분히 고통 분담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에서 임금 동결, 성과급 미지급 등 사측 요구를 수용한 상태다. 다만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들을 전원 전환 배치하는 문제, 부평 2공장의 신차 배정 확약 등 더 진전된 사측 제시안이 필요하다며 맞섰다고 알려왔다.
사측이 '데드라인'으로 못박은 이날 교섭은 결렬됐지만 노사는 오는 23일까지 사흘 더 교섭 말미를 두기로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지부 정해철 정책기획실장은 교섭 결렬 뒤 "월요일(23)까지 노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합의를 이끌어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GM은 당초 이날 오후 8시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사 교섭 시한을 연장하면서 이날 이사회를 열고도 이에 대한 논의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다음 이사회는 23일 오후로 예정했는데 이 때까지 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법정관리 신청안을 재상정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국GM 사측은 내주 중 채무 불이행 상황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한국GM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GM 본사가 산은 동의 없이 한국GM을 법정관리로 넘기면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비친 바 있다. 노조는 당장 주말을 시작하는 21일부터 교섭 재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