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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한국GM-애타는 산업은행

  • 2018.04.23(월) 11:01

23일 오후 5시 법정관리 데드라인
'소수주주' 산은, 할 수 있는 일 없어 발동동
정부 일자리 강조에 '샌드위치'

 

한국GM의 두번째 법정관리 데드라인이 몇 시간을 앞두고 있다. 지난주말 타협점을 찾지 못한 노사는 23일 새벽부터 최종 교섭에 들어갔다. 교섭 결과에 따라 한국GM의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 난다.

한국GM 소수주주인 산업은행은 협상테이블 밖에서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가 15만명에 달하는 한국GM 일자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산업은행은 파국을 막아야 하지만 소수주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이자 채권자인 GM을 바라 보고 있을 뿐이다.

한국GM이 제시한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시한은 23일 오후 5시다. 지난 20일 교섭시한은 한차례 미뤄졌지만 이번 데드라인을 넘기게 되면 한국GM은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 노사는 오는 5월 문을 닫는 군산공장 노동자 680명의 고용보장 문제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1000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를 절감하는 자구안에 합의해야 군산공장 근로자를 전환배치하겠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먼저 군산공장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채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산업은행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02%를 가진 주주로 교섭 협상에서 빠져있다. 협상은 한국GM 최대주주이자 채권자인 GM이 이끌고 있다. 그동안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협상에 나섰던 STX조선해양, 금호타이어 등과 달리 이번 협상에서 소수주주인 산업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지난 21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국GM 부평공장을 찾았지만 노조 집행부는 이 회장을 만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베리 앵글 GM사장을 만나 "향후 산업은행은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달했다. '산업은행은 교섭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깨면서까지 이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았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산업은행이 이번 협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지만 정부는 한국GM을 반드시 살려야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긴급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노사가 합의에 실패하면 한국GM근로자 1만4000여명, 협력업체 종사자 14만명 등 약 15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합의가 이뤄지면 최대한 신속하게 경영정상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GM 중간 실사보고서도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산업은행이 더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날 노사간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한국GM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곧바로 한국GM 지원 조건을 둔 산업은행과 GM간의 협상이 시작된다. GM은 한국GM에 대한 대출금 3조원을 출자전환할 조건으로 산업은행에 유상증자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지분율이 17%대에서 1%대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차등감자를 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노사 교섭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이 패를 다 보여줬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번 교섭 협상에서 일자리 15만개를 지키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만큼 앞으로 협상에서 GM은 산업은행에 불리한 조건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산업은행은 불리한 조건에 혈세를 투입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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