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회사 5곳 가운데 유일하게 코로나19와 싸움에서 버텨낸 곳이 있다. 신차 효과를 앞세운 기아자동차다.
지난 1일 기아차는 지난 1~3월 국내외 판매량이 64만4102대로 전년동기대비 0.9%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내외로 나눠보면 해외 판매량은 1.3% 줄었지만 국내는 1.1% 늘었다. 코로나19 여파속에서도 국내에선 선전했고 해외에선 선방한 셈이다.
다른 완성차 회사는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1분기 국내 완성업계의 판매 감소량을 보면 현대차 11.4%, 한국GM 24.4%, 르노삼성차 27.6%, 쌍용차 28.2% 등에 이른다.
기아차가 나홀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차 효과다.
기아차는 작년 12월 3세대 K5, 지난 2월 4세대 쏘렌토 등을 출시했다. K5와 쏘렌토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달렸다. 특히 K5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8193대로 전년동기대비 136.4% 증가하며, 4달째 기아차 월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도 한몫했다.
기아차는 해외에서도 선방했다. 기아차 1분기 해외 판매량은 52만7363대로 전년동기대비 1.3%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3월 혼다(-48%), 현대차(-42%), 도요타(-37%) 등이 전년동기대비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기아차는 18.6% 감소하는 데 그쳤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신차 효과로 시장 대비 우수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며 "미국에서 생산 중인 텔루라이드 판매량이 전년대비 1.4% 늘었고 포르테(K3), 옵티마(K5)도 감소폭이 10% 내외로 수요 감소가 시장대비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 국내는 회복-해외는 악화
국내 시장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국내 차 판매량이 지난 2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지난달 현대차는 2010년 2월이후 10년만에, 쌍용차는 2011년 2월이후 9년만에 각각 최악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르노삼성차의 판매량은 반토막났다.
얼어붙었던 소비심리는 지난달부터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국내 판매 증가율은 현대차 3%, 기아차 15.3%, 한국GM 39.6%, 르노삼성 83.7% 등 반등한 상황이다. 한국GM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의 XM3 등 신차 효과 덕분이다. 특히 지난달 9일 출시된 XM3는 한달도 안 돼 5581대가 팔렸고 총 1만7263대의 누적 계약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쌍용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6860대로 전년동기대비 37.5% 감소했다. 신차가 없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쌍용차의 감사인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재무건전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판매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해외 판매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인도 등 모든 해외 공장은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지난 3월 현대차의 해외 판매는 23만6323대로 전년동기대비 26.2% 감소한 상황이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2분기"라며 "4월중 현대차와 기아차의 공장이 재가동된다 해도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지 못한다면, 6월까지 정상적인 가동률 회복을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충격은 2분기부터 본격화 될 전망"이라며 "공급 차질과 수요 타격이 겹치면서 실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4월이 가장 감소폭이 극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