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상용화 2년째인 5세대(5G) 통신 서비스를 놓고 품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5G 기술 실태를 살펴보고 잘못 알려진 점과 개선할 점을 짚어본다. 5G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앞으로 나올 혁신 서비스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전망해본다. [편집자]
28기가헤르츠(㎓) 대역의 5세대(5G) 통신은 4세대 LTE(롱텀에볼루션) 보다 이론상 속도가 20배 빨라 '진짜 5G'라고 불린다. 통신사들은 28㎓ 대역을 확보해 놓고도 관련 기지국 설치에 미적거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올 3월말 기준으로 통신 3사가 구축한 28㎓ 기지국 수는 겨우 91개다. 예정대로라면 통신 3사는 올해 말까지 28㎓ 대역의 기지국을 총 4만5000개 구축해야 하나 실제로는 거의 진도가 나가지 못한 것이다.
통신사들이 기지국 구축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주파수 할당 취소가 가능하다. 주파수를 받으면서 지불한 6200억원도 못 돌려받는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은 왜 기지국 구축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28㎓, 기술적 미완성…상용화 못나서
통신사들은 28㎓ 대역 상용화에 대해 '안한다'가 아닌 '어쩔수 없이 못한다'는 분위기다. 3년 전 경매 방식으로 3.5㎓와 28㎓ 두 개의 주파수 대역을 낙찰 받고 실제로 서비스를 해보니 28㎓은 '기술적 미완성'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보통 주파수를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단어가 회절성이다. 회절성은 전파의 꺾임성을 의미한다. 회절성이 강하면 전파가 건물 벽 같은 장애물을 만나도 유연하게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약하면 장애물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해 사라진다.
원래 28㎓ 대역은 초고속·초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나 회절성이 약하다. 가로막는 물체를 만나면 휘어 지나질 못한다. 심지어 사람의 몸통도 피하지 못할 정도다.
즉 28㎓ 대역은 3.5㎓에 비해 상대적으로 곧고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직진성이 좋으나 장애물이 많은 곳에선 힘을 내지 못한다.
도시처럼 수많은 사람이 돌아다니고 빌딩숲,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공간에선 심각한 속도 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통신사에 따르면 장애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28㎓ 초고주파 대역의 서비스 속도는 LTE 보다 훨씬 느리다.
통신사들은 이런 전파 특성을 극복할 만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했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이를 극복한 통신사는 없다. 결국 회절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르게 상용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콘크리트나 나무 등의 장애물은 물론 사람의 몸까지도 스마트폰과 기지국 사이에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상용화를 위한 기술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통신 장비를 많이 구축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몇 미터 간격으로, 그것도 360도를 커버하게 기지국을 구축해야 가능한 수준"이라며 "고객 몸이 스마트폰을 가려도 속도가 느려지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에서 무작정 상용화를 하는 것은 고객 기만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B2B 활용 어려워, 나서는 기업 없어
28㎓ 대역을 일반 소비자용이 아닌 기업용(B2B)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기정통부도 B2B 영역에서의 상용화를 전망하고 있다.
반면 통신사들은 쉽지 않은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28㎓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기꺼이 손을 드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28㎓ 대역 서비스를 굳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어서다.
기업들은 '조금 느리더라도 기존 망을 활용해 안정적 서비스를 해야한다'고 판단한다. 기업들 스스로가 28㎓를 무리하게 구축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28㎓ 대역의 성숙도가 높아져야 B2B 차원에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전까지 28㎓의 B2B 상용화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28㎓ 주파수 한계를 극복하는데 실패해, 대부분 중저대역 주파수 중심으로 5G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20㎓ 이상의 초고주파 대역에서 5G 서비스를 제공중인 통신사는 미국과 일본,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이는 초고주파 대역 상용화를 선도했던 버라이즌이 5G 접속 성공률에서 0.5%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버라이즌은 지난 2월 6㎓ 이하 중저대역 주파수 라이선스 확보에 무려 455억달러(51조원)를 투입하면서 중저대역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걸기도 했다.
결국 통신사들은 28㎓의 무리한 상용화보다 전국민의 5G 서비스 체감을 위한 3.5㎓ 대역 전국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일부에선 28㎓만이 진짜 5G라고 보고 있으나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는 3.5㎓ 대역 5G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인정한 공식적인 서비스"라며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3.5㎓ 대역을 최대한 빨리 구축하는게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