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상용화 2년째인 5세대(5G) 통신 서비스를 놓고 품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5G 기술 실태를 살펴보고 잘못 알려진 점과 개선할 점을 짚어본다. 5G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앞으로 나올 혁신 서비스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전망해본다. [편집자]
우리나라가 2019년 5G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할 때 4G보다 획기적으로 도약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 '속도'였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5G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는 다운로드 20Gbps(초당 기가비트), 업로드 10Gbps다. 이는 웬만한 영화 파일 한편을 거의 1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수치다.
당시 정부와 통신사들은 5G 상용화 이후 1~2년 정도면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속도구현이 가능하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제동이 걸렸다. 5G를 상용화한지 2년이 넘었으나 속도구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속도가 나오려면 기술적으로 몇가지를 충족해야 하는데 아직 기술개발이 안됐기 때문이다. 하나는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상용화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SA(Stand Alone) 방식이다.
▷관련기사: 28㎓ 대역 5G 서비스 안하나 못하나(6월9일)
SA는 말 그대로 풀이하면 '혼자 작동한다'는 의미다. 즉 이전 세대 통신 서비스인 4G 롱텀에볼루션(LTE)과 결합 없이 5G 네트워크만 활용한다는 것.
현재 통신사들은 SA가 아닌 NSA(Non Stand Alone), 즉 혼자 작동하지 않고 5G에 LTE를 추가로 이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아울러 SA 도입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G의 전송속도가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가 실현되려면 이론상 28㎓ 대역과 SA 방식이 동시에 적용되어야 한다. 통신사들은 이 가운데 28㎓ 대역에 대해 기술적 미완성을 들어 "어쩔 수 없이 상용화를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SA에 대해선 현실이 어떨까.
순수 5G 방식 단점 '속도 저하'
통신업계에선 SA 도입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A는 LTE와의 결합 없이 오롯이 5G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순수 5G'라고 불린다. 얼핏 5G 네트워크만 이용하기 때문에 진화한 기술로 들릴 수 있으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한다.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보통 4G, 5G 같은 통신 서비스가 등장하면 초기에는 이전 세대의 통신 서비스를 함께 사용한다. 4G LTE도 상용화 초기에는 3G를 함께 사용했다. 즉 4G LTE 폰으로 인터넷 데이터를 쓸 때에는 4G 망을 사용하다 전화 통화를 할 때에는 3G 망으로 바꿔 썼다. 4G 상용화 초기에는 이전 세대인 3G가 4G보다 안정성면에서 우수했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5G 서비스도 NSA 방식이다. 5G에 LTE를 추가로 이용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5G만 사용하는 것보다 4G와 함께 쓰는 것이 속도면에서 낫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같은 5G 주파수 대역폭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SA는 NSA 대비 무조건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SA가 1의 속도를 낸다고 하면 NSA는 여기에 LTE를 더한 1+0.X 정도의 속도를 낸다"고 말했다. 이론적이든 실제로든 NSA가 SA 방식보다 속도면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SA 장점 '지연속도 개선' 그다지
물론 SA 방식은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5G 주요 특성 가운데 하나인 지연속도(Latency)를 줄일 수 있다. 지연속도는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에서 기지국이나 서버와 통신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스마트폰에서 보낸 신호가 기지국을 거쳐 다시 폰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이 시간이 짧으면 짧은수록 자율주행 등의 서비스를 할 때 사고의 위험성이 줄어든다.
정부와 통신사들이 5G를 상용화 하면서 내세웠던 특성들 가운데 하나가 초저지연이다. 초저지연은 통신 반응 시간이 이론상 0.001초(1밀리세컨드)로 짧아져 지연시간이 거의 없어야 하는 자율주행차라든가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5G 융합서비스 앱 개발이 가능해진다. 지연속도를 단축하면 실시간성이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5G 상용화 주파수 대역(3.5㎓)에서 SA를 상용화한다면 지연속도는 얼마나 감소할까. 통신 업계에선 이용자가 체감하기 힘든 수준인 불과 '1000분의 1초'라고 설명한다.
SA 상용화를 하더라도 지연속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NSA 방식을 포기함으로써 적게는 수십 Mbps(10초는 초당 10메가비트 전송)에서 크게는 수백 Mbps에 달하는 속도 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3.5㎓ 대역에서 SA를 상용화 하면 1000분의 1초인 1밀리세컨드(ms)의 지연속도 축소가 있겠으나 오히려 수십 Mbps의 이용속도를 잃어버릴 수 있다"라며 "5G 품질에 대한 논란에 대처하기 위해 섣부르게 SA를 상용화하면 도리어 고객 기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 같은 속도저하 문제로 SA 도입을 많이 하지 않고 있다. 현재 SA를 도입한 통신사는 세계적으로 10개 내외로 알려졌고 이마저도 대부분 일부 서비스로 한정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이 SA 도입을 놓고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SA 상용화로 인한 속도 저하로 이용자 불만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용자들 대부분이 서비스 품질에 대한 지표로 '속도'를 꼽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년에 두차례 시행하는 품질평가의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도 속도다.
"차세대 SA 개발되어야"
통신 업계에선 지금의 SA 대신 차세대 SA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SA는 국제표준화단체인 3GPP(3세대 파트너십 프로젝트)가 규정한 5G의 규격 가운데 두 번째인 옵션2(Option 2)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5G 규격 가운데 옵션1은 4세대 통신인 LTE다. 옵션3이 NSA이며, 옵션4가 바로 차세대 SA다. 차세대 SA는 NSA와 마찬가지로 LTE와 5G를 동시에 쓰는 형태다. 다만 LTE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5G 단독으로 통신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지금의 NSA가 갖고 있는 속도의 이점과 SA가 갖고 있는 지연속도의 장점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 현재 차세대 SA는 통신사 가운데 SK텔레콤이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등과 함께 제조사들의 장비 개발을 위한 백서를 발간한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차세대 SA의 도입에 대해 "2년내 상용화"라는 목표를 밝힌 상황이다.
차세대 SA의 개발과 상용화에 모든 통신사들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5G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현재의 SA가 아닌 차세대 SA 개발 노력에 대해 솔직히 답하고 도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