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통신 서비스의 정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책 수정론의 핵심은 28기가헤르츠(㎓) 대역이다.
초고주파 대역인 28㎓는 초고속·초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적합하나 대국민 서비스로 적합하지 않다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 통신사들도 28㎓ 대역을 일반 소비자용이 아닌 기업용(B2B)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단체, 감사원 청구까지 나설 분위기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28㎓ 대역의 5G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3.5㎓의 전국망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시민사회는 "정부는 20배 빠른 28㎓ 대역의 대국민 5G 서비스 정책이 잘못됐음을 알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책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28㎓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3.5㎓ 대역의 5G 전국망 조기 구축에 집중 투자하고, 비싼 요금을 납부하는 5G 요금제도 전면 재조정해 중간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 측은 "잘못된 정책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직무유기 고발, 감사원 감사청구 등 법적 수단을 통한 대대적인 소비자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8㎓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시장 현실을 고려한 정부 정책 변화가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5G가 성공하려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B2B 서비스에 한정해 특수 분야를 만드는 등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8㎓ 장애물에 약해 효율성 매우 낮아
28㎓의 5G 서비스는 4세대 LTE(롱텀에볼루션)보다 이론상 속도가 20배 빨라 '진짜 5G'라고 불렸다. 정부는 5G 도입 초기 소비자에게 20배 빠른 28㎓의 대역의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제는 28㎓ 대역이 일반적인 통신 서비스로 이용하기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보통 주파수를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단어가 회절성이다. 회절성은 전파의 꺾임성을 의미한다. 회절성이 강하면 전파가 건물 벽 같은 장애물을 만나도 유연하게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약하면 장애물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해 사라진다. 28㎓ 대역은 직진성이 강한 대신 회절성이 약하다. 앞을 가로막는 물체를 만나면 휘어 지나질 못한다.
특히 도시처럼 빌딩숲,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공간에선 심각한 속도 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통신 장비를 설치하고 기지국을 촘촘하게 설치해야 한다. 결국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나 효율성이 낮은 주파수 대역인 셈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28㎓ 대역은 실제로 종이 한장만 가려도 전파가 끊길 정도"라며 "아직은 일반 이용자 대상 서비스가 불가능한 주파수"라고 토로했다.
3.5㎓ 중심 전국망 구축 속도내야
현실적인 5G 서비스를 위해선 3.5㎓ 중심 전국망 구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주권 측은 "5000만 이동통신 소비자들의 편익을 고려해 28㎓ 투자를 중단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3.5㎓ 5G 전국망 조기 구축에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들의 28㎓에 대한 투자 및 구축이 지지부진하자 B2B 영역에서의 5G 특화망(이음 5G)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5G 특화망은 통신사가 아닌 사업자가 특정 지역이나 건물, 공장 등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5G 네트워크다. 작년 12월 네이버클라우드를 필두로 LG CNS와 SK네트웍스서비스 등이 이음 5G 주파수를 할당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