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25일) 40여분간의 네트워크 장애를 빚은 KT가 보상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약관 상으로는 통신 서비스가 연속 3시간 이상 끊겨야 보상이 가능하나,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한 만큼 보상 기준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구현모 KT 대표이사는 전날 발생한 전국적인 통신 장애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신속한 보상안 마련을 약속했다.
구 대표는 "2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장애로 불편을 겪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속하게 보상방안 또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T에 따르면 이번 사과문은 구 대표가 고민 끝에 직접 작성한 것이다. 그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내부에서 절감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날 오전 11시20분께 KT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하면서 전국 단위의 관련 서비스 '먹통' 현상이 발생했다. KT 유·무선 인터넷 이용고객뿐만 아니라 KT의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기업과 학교 등에서 일상적인 업무가 대거 중단됐다.
특히 점심시간에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전국적인 피해 호소가 이어졌다. 자영업자들은 카드 결제를 위한 매장결제단말(POS) 기기를 못 쓰고 손님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현금결제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부랴부랴 게시했으나, 대부분의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매출 타격을 받았다.
비대면 시대에 통신 인프라의 먹통은 일상 생활 곳곳에서 차질을 빚게 했다. 카카오톡과 온라인 강의, 결제 앱,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및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한 주식거래 등이 중단됐다. 엔씨소프트와 컴투스 등 게임사들은 게임에 접속하지 못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별도 보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네트워크 마비는 약 40분이 지난 정오부터 순차적으로 복구됐다. 낮 12시45분경에는 모두 정상화됐다.
현재 KT의 약관대로라면 40여분간의 네트워크 장애 피해는 보상이 어렵다. KT는 초고속인터넷 이용약관 상에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 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월정액(기본료)과 부가사용료의 해당하는 금액의 6배를 보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KT의 대규모 통신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KT 서울 서대문구 아현지사에 화재가 나면서 서울 서북권과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통신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3시간 이상의 네트워크 마비로 약관에 따른 보상이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전국 단위에 걸친 장애로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이번 사태에도 보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현지사 화재의 경우 피해 지역이 서울 마포, 용산, 서대문, 은평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됐으나, 전날은 전국권 통신 마비가 발생한 탓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이후로 비대면 활동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유·무선 통신에 대한 의존도가 확대됐다"며 "시간상으로는 짧지만 피해규모를 2018년 아현지사 때와 비교할 수 없기에 이용약관 만을 고집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나서고 있다.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이날 오전 KT에 "피해를 입은 이용자에 대한 보상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또한 이날 오후 경기 과천 KT 네트워크 관제센터를 방문해 KT에 후속 조치 마련을 당부했다.
다만 KT가 보상안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보상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 KT 아현지사 화재 때에도 보상안 발표까지 약 3개월이 걸린 바 있다. KT 관계자는 "아직까지 피해범위에 따른 보상안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며 "과기정통부와 긴밀히 협조해 조속히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