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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읽기]이더리움 클래식, 탈중앙에 미래 건 모체

  • 2022.03.23(수) 13:38

초창기 이더리움 모습 간직한 코인
대다수 포기하는 채굴 고집해 주목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2017년 가상자산 광풍이 몰아친 이후 5년이 지났으나 관련 정보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관련 정보를 마주친다 해도 어려운 기술 용어에 둘러싸여 있어 내용을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백서읽기에선 한 주간 주요 거래소에서 주목받았던 코인을 선정해 쉽고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가상자산(코인) 업계에도 탄소 배출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풀고 보상으로 코인을 얻는 '채굴' 방식을 없애는 흐름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채굴 방식을 고집해서 인기를 끄는 코인도 있습니다. 바로 이더리움의 모체라고도 불리는 '이더리움 클래식(ETC)' 입니다.

비트코인과 함께 가장 유명한 가상자산으로 꼽히는 이더리움은 사실 이 이더리움 클래식에서 분리해 나온 코인입니다. 때문에 이더리움 클래식은 '탈중앙 정신'을 고집하는 초창기 이더리움의 모습을 간직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최근 채굴 방식을 포기한 이더리움과 달리 이더리움 클래식이 채굴을 고집하면서, 채굴업계에서 수익성 높은 코인으로 꼽혀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조건부 계약으로 새 시대 연 코인

이더리움 클래식은 2015년 처음 등장했습니다. 2014년 등장한 최초의 가상자산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화폐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송금 기능이 전부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현금처럼 결제하고, 송금하고 받는 기능이 전부였던 겁니다.

반면 이더리움 클래식은 '스마트 컨트랙트'라고도 불리는 조건부 계약 기능을 더했습니다. 말 그대로 'A가 B에게 돈을 보내면, B의 계좌에서 자동으로 C에게 돈을 이체한다' 등 조건에 따라 돈을 주고받는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겁니다.

또 이더리움 클래식의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여러 개발자가 자유롭게 블록체인 프로그램(디앱)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NFT(대체불가능토큰)도 이 플랫폼의 개발자 회의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더리움 클래식은 가상자산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비트코인을 1세대 코인, 이더리움 클래식 이후에 등장한 코인들을 2세대 코인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코인을 훔치려는 해커도 늘었습니다. 2016년엔 이더리움 클래식과 이더리움이 분리되는 '더 다오 해킹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해킹으로 이더리움과 분리

'더 다오 해킹 사건'을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한 해커가 이더리움 커뮤니티 '더 다오'를 통해 당시 500억원을 웃도는 이더리움 클래식 364만개를 탈취하려던 사건이었습니다. 다행히 개발진이 미리 알아 해커가 입력한 '이더리움 클래식을 해커의 지갑으로 전송한다'는 명령이 실행되기 직전 이를 멈추는 데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명령을 취소할지, 그대로 두어야 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겁니다. 명령을 취소하자는 이들은 해당 명령이 입력되기 전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되돌리고, 탈취당한 코인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도 이 편에 섰습니다.

반면 그대로 두자는 이들은 개발진이 멋대로 플랫폼에 손을 대는 것이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반대했습니다. 탈중앙화란 은행이나 국가, 기업, 특정 개인 등이 자신의 입맛대로 플랫폼을 휘두를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핵심 정신 중 하나로도 꼽히는데, 당시 이더리움 클래식을 포함한 많은 코인이 탈중앙화를 주요 가치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논박 끝에 명령을 취소하자는 이들은 결국 별도의 체인을 만들어 분리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업데이트를 '하드포크'라고 부르는데, 당시 하드포크로 탄생한 코인이 바로 현재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입니다. 이전까지는 이더리움 클래식을 '이더리움'이라고 불렀지만, 새로 분리해 나간 코인과 분리하기 위해 이때부터 '이더리움 클래식'이라고 부르기 시작헀습니다.

해킹으로 갈라진 두 코인, 채굴 방식도 달라져

한때 이더리움 클래식은 '죽은 코인'이라고 불렸습니다. 아무리 이더리움 클래식이 탈중앙 정신을 지켰다 하더라도, 코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해킹 가능성을 개선한 이더리움의 인기가 훨씬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의 편에 서다보니 정통성도 있었고요. 이더리움 정보 제공 플랫폼 이더허브를 세운 에릭 코너 역시 지난해 "이더리움 클래식은 완전히 죽었다"며 조롱했습니다.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은 해킹 방지뿐만 아니라 증명 방식에서도 상당히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과 다르게 여러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분산원장)하는 게 특징인데, 서버 역할을 하려는 이들을 선별하는 방법을 '증명방식'이라고 합니다.

2세대 코인시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코인은 서버로 참여하는 이들에게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문제를 풀어 컴퓨터의 성능을 증명한 이들이 서버로 참여했는데, 이런 증명 방식을 'PoW(Proof of Work·작업증명)'라고 부릅니다. 서버로 참여한 이들에겐 보상으로 코인을 주는데요. 이렇게 코인을 얻는 방식이 바로 '채굴'입니다.

문제는 채굴 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쓰여 탄소를 배출한다고 지적하는 여러 환경단체와 규제당국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는 겁니다. 여러 국가에서 규제를 받는 가상자산 업계 특성상 채굴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사업적으로 위험할 수 있어 최근 검증 방식을 바꾸는 코인이 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역시 채굴 대신 이더리움을 보유량을 기준으로 서버 참여권한을 주는 'PoS(Proof of Stake·지분증명)' 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더리움은 올해 상반기 중 PoS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이더리움 클래식은 PoW를 고수하면서 두 코인의 차이는 더 두드러졌습니다.

대표 '채굴 코인'으로 떠올라…반감기까지 겹쳐

얼핏 들으면 규제 가능성이 높은 PoW를 고수한 이더리움 클래식의 가격이 낮아질 것 같지만, 최근엔 오히려 상승하는 분위기입니다. PoW를 포기하는 코인이 늘면서, 그동안 이더리움 등을 캐던 코인 채굴 전문 기업들이 이더리움 클래식을 채굴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더리움 클래식의 유통량이 늘어 가격이 낮아질 거란 우려도 있지만, 반대로 채굴 기업들이 이더리움 클래식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제휴처 확대를 위한 로비 등에 나서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옵니다.

이더리움 클래식 가격 상승엔 반감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반감기란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코인의 수가 줄어드는 시기를 말합니다. 개발진이 맨 처음 코인을 만들 때, 과도한 채굴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상으로 제공하는 코인의 양이 일정 기간마다 절반 정도로 줄어들게 설정해 놓은 겁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4년마다 채굴로 보상되는 비트코인의 양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채굴 기업 입장에선 아쉬울 수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반감기를 거칠 때마다 코인의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때문에 반감기는 보통 호재로 인식됩니다. 이더리움 클래식은 약 2년 3개월마다 반감기가 찾아오는데, 올해 4월30일 보상이 기존 3.2개에서 2.56개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다음 달 예정인 반감기로 이더리움 클래식 가격이 오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호재가 있기 전에 기대감으로 가격이 미리 오르는 선반영이 되는 경우가 많아 반감기 후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가격 상승 흐름에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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