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나선다. 그룹 내 특장차 제조회사인 광림을 통해서다. 광림은 최근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은 컨소시엄을 꾸린 뒤, 이르면 다음주 중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계획이다.
인수 관건은 자금 조달 여부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자금 조달 문제로 무산된 만큼 채권단과 노조 측은 쌍방울 그룹의 자금 여력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그룹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으로 마련해 둔 자금이 있어 인수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더 꼬였다' 에디슨모터스, 쌍용차 사려다 605억 묶였다(3월28일)
"특장차 시너지 기대"
쌍방울그룹은 쌍용차 인수를 위해 광림을 중심으로 컨소시엄 구성에 나설 계획이다. 쌍방울그룹은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은 아이오케이 등 그룹 내 계열사, 외부 투자자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계열사 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 참여를 적극 유도해 컨소시엄을 꾸릴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여러 가지 인수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건 광림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어서다. 광림은 특장차, 운송용 차량 등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이다. 완성차를 구입해 소방차, 환경차, 냉동탑차 등 특수 장비 자동차로 개조한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광림은 기존 완성차를 구입해 특장차로 개조, 제조한 뒤 판매하는 기업"이라며 "쌍용차를 인수하게 되면 자동차를 구입, 확보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완성차를 다시 개조하지 않아도 돼 비용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기업 간 시너지에 대해 의문 부호를 붙이는 시선도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쌍방울그룹이 특장차 관점에서만 쌍용차를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쌍방울그룹은 완성차 관점에서 쌍용차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금조달여력 충분할까
쌍용차 인수의 가장 큰 변수는 자금 조달 여부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것도 인수 자금 2743억원을 조달하지 못해서다. 채권단과 쌍용차 노조 측은 쌍방울 그룹의 자금 여력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광림의 재무 상황만을 봤을 땐 그리 넉넉하진 않다. 광림의 작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은 308억원에 불과한 데다 2020년 100억원, 2021년 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주요 계열사인 아이오케이(308억원), 쌍방울(86억원), 비비안(80억원) 등의 현금성 자산을 합쳐도 1000억원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쌍방울그룹 측은 자금 확보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마련한 자금을 그룹 차원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쌍방울그룹은 작년 광림, 아이오케이 등 계열사 등 컨소시엄을 꾸려 이스타항공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부동산 개발업체 성정에 밀렸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나 쌍용차 노조 측에서 자금조달과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안다"며 "지난해 이스타항공 무산으로 인한 자금을 여전히 갖고 있기 때문에 (인수와 관련한) 큰 리스크가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 인수 자금뿐만 아닌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전환 등 쌍용차의 신사업 추진을 위해 앞으로 투입돼야 할 금액이 만만치 않아서다. 업계에선 쌍용차의 기업 정상화를 위해 최소 1조6000억원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에디슨모터스에 비해 자금력을 갖춘 쌍방울그룹이 인수에 나서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라면서도 "다만 쌍용차의 허리띠를 얼마나 졸라매 기업 정상화를 어떻게 진행할지, 전기차 전환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에 대해선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