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이하 스카이코비원)'의 국내 공급이 시작된다. 스카이코비원 생산 기지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L하우스를 통해서다. 10일 오후 경상북도 안동에 위치한 L하우스를 찾았다. L하우스는 백신 출하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품질 검사 작업으로 분주했다. 스카이코비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만의 기술력과 철통 검수를 통해 탄생되고 있었다.
스카이코비원, 어떻게 탄생되나
L하우스는 크게 △제조·생산(오퍼레이션) 유닛 △품질관리(퀄리티) 유닛으로 나뉜다. 오퍼레이션 유닛은 원액의약품(DS), 완제의약품(DP) 등을 제조하고 생산하는 곳이다. 퀄리티 유닛에선 만들어진 의약품의 품질을 여러 시험을 통해 검증한다. L하우스 1층은 오퍼레이션 유닛으로, 2층은 퀄리티 유닛과 일부 오퍼레이션 유닛으로 구성됐다.
공장 내부 탐방 전 외부 균의 유입을 막기 위해 무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먼저 오퍼레이션 유닛을 둘러봤다. 원액 생산시설에 들어서자 대형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와 발효기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이들 기기는 의약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세포를 배양한다. 세포가 배양되는 모든 과정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모니터링된다. 세포 배양 끝에 완성된 원액은 완제 생산시설로 옮겨진다. 완제 생산시설에선 원액을 주사기(프리필드 시린지)나 약병(바이알)에 충전한 뒤 밀봉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이은미 원액B팀 팀장은 "스카이코비원의 원액은 항원 단백질 A요소(Component A)와 항원단백질 B요소(component B)로 이뤄진다"면서 "이 두 요소를 합한 다음 충전, 포장 등 완제 과정까지 거쳐야 스카이코비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A요소를 만드는 데 35일, B요소를 만드는 데 8일 그리고 이 두 요소를 조합하는 데 3일 정도가 걸린다. 이후 포장할 때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아쥬반트) 'AS03'도 함께 들어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의약품 최종 출하 전 품질 검증은 필수다. 퀄리티 유닛에선 완제 작업을 마친 스카이코비원에 불순물이 섞이진 않았는지, 제제 간 주성분의 함량이 균일한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한창이었다. 회사의 자체 검증 시험뿐만 아니라 방역 당국의 평가 등을 포함하면 보통 품질 검증에만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주섭 QC분석1팀 팀장은 "품질 검증 단계인 이화학실험에선 항원의 함량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며 "스카이코비원의 출하를 앞두고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L하우스, 스카이코비원으로 '날개' 달까
현재 L하우스의 가동률은 풀(full) 가동에 가깝다. 회사는 스카이코비원 외에 폐렴구균 백신, 대상포진 백신 등을 생산 중이다. 미국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CMO)도 맡고 있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창궐 후 기존 독감 백신의 생산을 일시 중단,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CMO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코로나19 전인 2019년 183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9290억원까지 성장했다. 올 2분기 별도기준 매출은 1383억원, 영업이익은 612억원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2024년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자해 L하우스의 제조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이상균 안동공장장은 "L하우스 인근 경북바이오 산업단지에 3만평의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기존 생산시설의 1.5배 정도로 공장 규모를 확장할 것"이라며 "메신저 리보핵산(mRNA), 차세대 바이럴 벡터 등 신규 플랫폼 생산시설 구축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시설을 늘리고 차세대 플랫폼 CMO 사업에 진출해 L하우스를 글로벌 백신 기지로 만들겠단 구상이다.
다만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국내 방역 당국이 연내 추가 물량을 계약할 가능성도 적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3월 스카이코비원 총 1000만도즈(1도즈 = 1회 접종량)를 국내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백신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백신 폐기 물량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하반기 스카이코비원 매출 추정치는 약 2246억원이다.
결국 스카이코비원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이종 부스터샷(다른 백신으로 추가 접종)' 허가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카이코비원의 식약처 품목허가는 1차와 2차 기본접종에 한정돼 있다. 국내 백신 1·2차 접종률이 87%를 웃도는 만큼 국내에선 기본 접종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회사도 이종 부스터샷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일 네팔 보건 당국에 스카이코비원의 이종 부스터샷 임상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오는 3분기 임상 승인이 나면 내년 상반기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기존 임상3상의 연장 연구 및 기존 허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 임상을 진행하고, 오미크론 변이 대응 효과를 확인하는 등 엔데믹 시대에 스카이코비원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면서 "청소년으로 접종 범위를 넓히기 위해 12~17세 대상 임상3상에도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