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배임,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이하 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속됐다. 이번 구속으로 조 회장은 현 정부 출범 이래 구속된 첫 대기업 총수가 됐다.
한국타이어 측은 조 회장 구속으로 인해 발생할 경영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선 조만간 한국타이어가 비상경영체제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3년4개월 만에 구속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9일 새벽 조 회장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조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회장은 2020~2021년 현대차 1차 협력사 리한 측에 한국타이어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자금 100억원을 빌려주며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조 회장이 개인 집수리, 외제차 구입에 회삿돈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정되는 횡령 규모는 200억원대로 파악 중이다.
계열사 특혜 의혹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계열사 MKT에 부당 지원한 의혹으로 한국타이어에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도 조 회장이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구입해 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구속으로 조 회장은 3년4개월 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됐다. 조 회장은 2019년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조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비상 경영 체제 꺼내드나
한국타이어 측은 조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경영 공백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또 다른 악재가 덮친 셈이다. 특히 전기차 타이어와 관련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의사 결정 공백이 생긴 게 가장 뼈아프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현재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 지연, M&A 등 신성장 동력 개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국타이어가 이수일 대표 체제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2021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아무래도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다보니 추측성 보도가 나간 것 같다"며 "(비상경영체제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이에 대해 검토하거나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