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해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7조2000억원을 투입해 공장 건설을 결정한 데 이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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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서 수산화리튬 생산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선두업체 야화(Yahua)와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에서의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야화는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수산화리튬 제조 선두업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의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망에 야화의 제조 품질 기술력을 더해 고품질의 수산화리튬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아직 MOU 단계인 만큼 야화와의 구체적인 협력 방식은 논의 중이라는 것이 LG에너지솔루션의 설명이다. 야화가 모로코에서 리튬 광석을 제련해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물량을 공급받는 방식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외 지역에서 광물 확보에 나선 것은 최근 배터리 업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영향이다. 미국은 IRA를 통해 중국산 광물, 부품의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IRA 세부 지침에 따르면 기업이 IRA에 규정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제조해야 한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 북단에 위치해 있는데다 미국, EU(유럽연합)의 FTA 체결국이다. IRA 법안 지침에 부합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모로코는 수산화리튬이 많이 매장돼 있는 남미·북미 국가와 인접해 있어 물류 접근성이 좋고, 산업단지에 대한 지원정책도 갖춰져 있어 공장 설립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IRA 따라 中 수입 비중 낮추기 '심혈'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IRA 조건에 맞추기 위해 광물 조달처 다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유럽 리튬 생산업체 독일 벌칸 에너지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톤 공급 계약 △호주 라이온타운과 5년간 수산화리튬 원재료 리튬 정광 70만톤 확보 △칠레 대표 리튬 업체 SQM과 9년간 수산화·탄산리튬 5만5000톤 공급 계약 등을 체결한 바 있다.
특히 수산화리튬의 경우 국내 배터리사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에 주로 쓰인다.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핵심 원료인 니켈과 합성하기 쉬운 특성이 있어 배터리 업계에서는 수산화리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하지만 현재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화리튬의 전체 수입액 36억7600만 달러 중 중국의 비중은 87.9%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서도 4.1%포인트 늘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MOU를 통해 수산화리튬 공급망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IRA 등에 따라 급변하는 대외 경영환경에 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동수 LG에너지솔루션 구매센터장은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북미, EU 시장 내 원재료 공급망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원재료 공급 안정성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춰 고객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