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배당 활성화 논의가 무르익으며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관심을 끌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는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단순히 배당 확대를 넘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등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진정한 주주행동주의지만 그동안 배당확대 요구조차 미약했던 것이 사실. 국내에서도 배당확대 요구와 맞물려 주주행동주의가 점차 활발해지면서 올해 주총 시즌에서 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올해는 지난해 한전부지 인수로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한 현대자동차가 단연 주목받는다. 현대차 외에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도 여럿 된다. 매년 거수기에 그치다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국민연금의 역할 확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자투표 도입 급증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 목소리 높이는 외국인 주주들
지난해 노르웨이 국적의 뮤추얼펀드인 스카겐에이에스는 현대차가 감정가의 3배에 달하는 가격에 한국전력 부지 인수를 감행하자 반대 의사를 강하게 내비쳐 눈길을 모았다. 스카겐펀드는 현대차 우선주를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임에도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시장은 주목했다. 스카겐펀드는 현대차의 기업경영 개선과 배당 확대 요구에도 나섰다.
다행히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전체적으로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올려잡았지만, 앞서 한전 부지 인수나 최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과 관련해 외국인 주주들의 질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달 10일 주총을 여는 삼아제약 역시 미국계 헤지펀드인 SC아시안오퍼튜니티펀드가 배당금 상향과 자사주 취득, 외부감사인 선임 등의 주주제안서를 제출해 표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감사 선임은 일반의안과 달리 발행주식총수의 3%를 넘는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3%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이밖에 경동도시가스와 동일산업도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배당금 증액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거수기 국민연금 변화 이어질까
오랫동안 주총에서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은 국민연금도 지난해에 이어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증시에서 엄연한 큰손이지만 그동안 주주로서의 요구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만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의사를 표시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주총 이후에도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결정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했고, 결국 두 회사의 합병은 무산됐다.
국민연금은 한전부지 논란이 인 현대차의 지분 역시 가지고 있고 삼성전자 등 여려 대기업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외부기관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종목들의 주총안건에 대한 분석을 의뢰해 올해 의결권 행사 강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배당이 적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도 소명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 전자투표·위임장 도입 급증도 괄목상대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체결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주주행동주의 강화와 맞물려 올해 크게 눈에 띄는 변화다. 올해 말까지로 유예된 셰도 보팅 폐지와 관련해 전자투표 도입을 유예조건으로 내걸면서 도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3일 현재 현재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계약 체결은 각각 91개사와 62개사로 올해 들어서도 도입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와 NHN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들의 참여도 늘면서 주주중심 경영을 통한 기업가체 제고와 주총의 내실화 효과가 기대된다.
전자투표는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기존보다 주총에서 주주 참여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전자투표가 도입이 늘어날 경우 주주 참여가 늘어나면서 주주행동주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